19일 정오, 공군 군산기지 활주로에 들어서자 각종 계측 장비와 연결돼 출격 전 점검을 하는 미 공군의 무인공격기 ‘MQ-9 리퍼’가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 지난 2020년 1월 이란혁명수비대(IRGC) 지휘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폭살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한미 훈련을 통해 취재진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김정은 정권의 수뇌부를 직접 겨냥한 대북 경고의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속내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활주로 남쪽으로 멀리 새만금의 상징 고군산대교의 현수교 구조물이 보였고 그 앞으로 섬광을 내며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두 대가 날아왔다. 전투기들은 군산 기지 위를 한 바퀴 선회한 후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어 미 공군의 F-16 전투기들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그러나 전투기들은 착륙하려다 기체를 좌우로 흔들더니 추력을 높여 굉음을 내며 취재진의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이런 퍼포먼스를 서너 차례 반복한 후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이들 한·미 공군 전투기들은 이날 오전 이륙해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적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모의표적을 타격하는 실사격 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전투기들이다.
이 훈련은 지난 12일 시작해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2024년 연합편대군 종합훈련’(KFT·Korea Flying Training)의 일환이다.
공군 관계자는 “군산 기지로 복귀한 전투기들은 필승사격장에서 적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모의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며 “한미 전투기들은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으로 획득한 표적을 최단 시간 내 타격해 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무력화하는 긴급항공차단(X-INT) 임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와 미 공군 F-16 전투기 3대가 공중에서 집결해 필승사격장에 적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로 모의되 표적을 향해 정밀유도폭탄(GBU-12)을 투하, 명중시키며 정밀타격 역량을 선보였다.
잠시 적막했던 군산 기지 위로 한국 공군의 FA-50, KF-16, KA-1 항공기와 미 공군의 A-10 항공기들이 줄지어 날아들었다. 대규모 ‘방어제공훈련’(DCA) 등을 마치고 복귀하는 전력들이었다. 공군 관계자는 훈련 기간 한미 공군은 항공차단(AI)과 방어제공(DCA), 긴급항공차단(X-INT), 근접항공지원(CAS) 등 다양한 전술 훈련을 하면 하루 평균 100회 정도 출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무를 마친 항공기들의 착륙이 마무리되자 이번엔 활주로 북쪽 끝에서 미 해병대의 F-35B 전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4대의 F-35B 전투기가 줄지어 유도로를 따라 취재진 앞을 지나 활주로 남쪽 끝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우렁찬 엔진음으로 토해내며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 올랐다.
무인기 ‘리퍼’ 한미연합훈련 첫 참여
KFT 훈련은 군산 기지에서 지난 12일부터 시작됐다. 한미 공군의 군용기 100여대와 장병 1400여 명이 참여했다. 전시를 가정해 공대공 및 공대지, 정찰, 수송 등 군용기의 임무 수행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정례 훈련으로 26일까지 계속된다.
굉음을 내고 이륙하는 다른 전투기와 달리 그 뒤를 따라 무인공격기 MQ-9 리퍼도 소리 없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정밀유도 폭탄(GBU-12)으로 적 지상 전력으로 가정한 목표물을 타격하기 훈련을 위해서다. MQ-9 리퍼에 앞서 미 해병대 소속 F-35B 전투기 4대가 우렁찬 엔진음을 토해내며 날아올랐다. 얼마 후 출격한 F-35B와 MQ-9 리퍼가 유무인 복합 작전을 통해 적의 지대공 위협 무력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소식이 군산 기지에 전해졌다.
MQ-9 리퍼의 훈련 장면이 한·미 훈련에서 취재진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자체 무장을 갖춘 리퍼를 2018년 극단주의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 2020년 1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등을 암살하는 작전 등에 투입한 바 있다.
공군이 공개한 훈련 영상을 보면 F-35A 스텔스전투기 1대가 공중에서 정밀유도폭탄(GBU-12) 1발을 투하한다. 폭탄은 곧장 지상으로 내리꽂히며 잠시 뒤 미사일을 싣고 이동 중인 미사일발사대(TEL)을 정확히 타격했다. F-35A 전투기는 대북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전력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임박시 원거리에서 족집게 타격으로 TEL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MQ-9 리퍼는 최대 14시간 체공 능력이 있고 광범위한 탐지가 가능한 센서, 헬파이어 미사일 등 정밀 타격이 가능한 무장 능력을 갖췄다.
이외에 한국 공군 KF-16 2대와 F-15K 1대, 미 공군 F-16 2대와 미 해병대 F-35B 1대가 다수의 저·고속기와 순항미사일, 무인기 등의 동시 침투에 대응하는 복합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한 훈련에서 4·5세대 전투임무기 간 통합 임무 수행능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리퍼 공개 처음…北 수뇌부 겨냥 훈련
한국 측 훈련통제반장인 이상택 29전대장(대령)은 “한미 공군은 적 도발 시 즉각 격퇴할 수 있도록 전투준비태세를 완비하고 있다”며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행동하는 군 구현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미국 측 훈련지휘관인 마이클 맥카시 미 8전투비행단 작전전대장(대령)은 “한미 공군이 적의 어떠한 도발도 즉각 격퇴할 수 있는 강력한 연합 전력을 현장에서 현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공군 F-35A 조종사 김성준 소령은 “한미 조종사 간 긴밀한 팀워크를 실감했다”며 “실전 훈련을 거치며 어떠한 적의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대적 필승의 자신감을 키웠다”고 전했다.
미 해병대 F-35B 조종사 저스틴 헨리 대위는 “다른 나라의 비행장에서 다른 항공기와 함께 훈련하는 것은 상호운용성이나 연합 작전 능력을 향상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공군 조종사들과 처음 함께 훈련했는데 굉장히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군산=국방부 공동취재단·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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