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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와 마스터스가 특별한 이유[골프 트리비아]

그린재킷·챔피언스 디너·파3 콘테스트 전통

아멘 코너 등 코스에도 다양한 스토리텔링

관람 책자, 스코어 색깔도 마스터스서 시작

전통 고수하면서 변혁 주도…특별함의 비결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 클럽하우스. Getty Images




4월이 되면 전 세계 골프계는 온통 마스터스 얘기로 들썩인다. 골프의 봄이 시작되는 관례다. 마스터스는 남자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중 역사가 가장 짧지만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인정받는다. 미국 조지아주의 일개 골프클럽인 오거스타내셔널이 개최하는 마스터스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대회가 됐을까.

마스터스를 만든 인물은 ‘골프 성인’으로 추앙받는 보비 존스다. 그는 1930년에 당시의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뒤 불과 28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그가 절친한 친구이자 뉴욕의 금융업자였던 클리퍼드 로버츠와 골프장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오거스타내셔널이다. 코스 개장 1년 후인 1934년 존스와 로버츠는 정상급 선수들을 초청해 ‘오거스타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를 열었다. 참가 선수들이 모두 ‘골프 마스터’이므로 대회 명칭을 ‘마스터스’라고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존스는 이름이 너무 거만하다며 거절했다. 마스터스로 불리게 된 건 5년 후인 1939년부터다.

마스터스에는 다른 대회에서 볼 수 없는 전통들이 유독 많다. 가장 유명한 건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재킷이다. 오거스타 멤버들은 1937년부터 갤러리와 구분하기 위해 그린재킷을 입었다. 그 전통이 확대돼 1949년부터 우승자에게도 그린재킷을 입혀줬다. 당시 우승자 샘 스니드를 포함해 이전 우승자들에게도 재킷을 만들어줬다. 이 10벌의 재킷을 ‘오리지널 텐’이라 부른다. 그린재킷은 뉴욕의 유서 깊은 브룩스 브라더스라는 양복점에서 제작했다가 1967년부터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해밀턴 양복점에서 납품하고 있다. 흔히 ‘마스터스 그린’이라고 부르는 그린재킷의 색은 정확하게는 ‘팬톤 342’ 컬러다.

그린재킷의 명성에 가려진 우승 트로피는 고풍스런 오거스타의 클럽하우스 모양을 하고 있다. 1961년 제작됐다. 은으로 된 띠가 클럽하우스를 두르고 있는데 여기에 역대 우승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우승자는 시상식 전 주관 방송사인 CBS와 버틀러 캐빈에서 인터뷰를 한다. 1964년에 지어진 오두막 버틀러 캐빈은 클럽 멤버이자 금융업자였던 토머스 B. 버틀러의 이름에서 따왔다. 아마추어 참가자들은 클럽하우스 2층에 있는 침실인 크로스 네스트에 머문다. 잭 니클라우스, 톰 왓슨, 벤 크렌쇼, 마크 오메라,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 등도 이 방을 거쳐 갔다.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들을 초대해 저녁 만찬을 베푸는 챔피언스 디너는 1952년 벤 호건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전년도 우승자가 메뉴를 선택하고 음식 값도 지불한다. 선수의 아내나 애인, 자녀 등이 캐디를 맡는 이벤트인 파3 콘테스트는 1960년부터 시작됐다.

11~13번 홀이 그 유명한 ‘아멘 코너(Amen Corner)’다. 1958년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골프기자였던 허버트 워렌 윈드가 야구의 핫 코너(3루), 미식축구의 코핀 코너(골라인과 사이드라인이 맞닿은 코너)처럼 기억하기 쉬운 문구를 찾던 중 ‘샤우팅 인 댓 아멘 코너(Shouting in that amen corner)’라는 재즈곡을 떠올렸다. 12번 홀 그린 앞에는 ‘래(Rae)의 개울’이 흐르는데 오거스타 부지의 원래 소유주였던 존 래의 이름에서 따왔다. 벤 호건(12번 홀), 바이런 넬슨(13번 홀), 진 사라센(15번 홀)에게 헌정한 3개의 다리도 있다.

마스터스 홀 깃발. Getty Images


코스에 각종 꽃과 나무들이 많은 건 이곳이 원래 육묘장이어서다. 오거스타에는 현재 350종의 식물이 있고 나무와 관목 수를 합치면 총 8만 그루나 된다. 오거스타를 상징하는 꽃은 아젤리아(철쭉)인데 13번 홀 주변에만 약 1600그루가 심어져 있다. 18개 홀의 애칭도 모두 꽃과 나무 이름이다. 클럽하우스 진입로 이름은 ‘매그놀리아 레인(Magnolia Lane)’으로 1850년대 심어진 60그루의 목련이 길 양쪽에 줄지어 있다.

봄의 아침햇살이 내리쬐는 오거스타를 배경으로 피아노 선율이 잔잔히 흐르는 마스터스 테마송은 CBS 임원의 친구였던 데이브 로긴스가 1981년 쓴 곡이다. 제목은 ‘오거스타’로 마스터스를 관람한 후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한다. 노래 가사는 ‘매그놀리아 레인의 계곡은 지금 봄이야’로 시작한다. 갤러리용 책자, 출발 시간표, 코스 지도, 코스 내 리더보드, 색깔에 따른 스코어 구분 등도 마스터스에서 비롯됐다.

오거스타와 마스터스는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들이 변화를 주도해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통은 웬만하면 변하지 않는다. 오거스타와 마스터스가 특별해진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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