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진기록을 썼던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그해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휩쓸고 미국골프기자협회(GWAA) 올해의 여자 선수로도 뽑혔다. 8년 만의 3연승 기록을 세운 넬리 코르다(26·미국)도 쭈타누깐처럼 투어를 지배할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아주 커 보인다. 적수가 보이지 않는 질주로 시즌 초반 판도를 완전히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1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길버트의 세빌골프앤드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넣어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만들고 1위로 마친 코르다는 시원한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는 못했다. 뒤로 여러 조가 남아 있어 우승이 확정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갤러리와 시청자들은 코르다의 우승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17언더파의 렉시 톰프슨(미국)은 두 홀에서 최소 3타를 줄여야 했고 네 홀 남긴 16언더파의 세라 슈멜젤(미국)도 매 홀 버디가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었다. 코르다의 스코어와 경기력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결과는 2위(히라 나비드, 호주)와 2타 차의 우승. 상금은 33만 7500 달러(약 4억 5000만 원)다.
1주 전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즌 2승 고지를 제일 먼저 밟은 코르다는 시즌 승수를 3승으로, 통산 승수를 11승으로 늘렸다. 현지 시간 4월 1일 이전에 시즌 3승을 올린 것은 2012년 쩡야니(대만) 이후 처음이다. 박세리 대회 뒤 세계 랭킹 1위에 복귀한 코르다는 넘버원 지위를 더욱 굳혔고 올해의 선수 포인트와 시즌 상금(92만 4216 달러), 평균 타수(68.87타) 부문에서 당연히 모두 선두를 달렸다.
코르다와 쭈타누깐 이전에 3연승은 2013년의 박인비, 2008년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이 있었다. LPGA 투어 최다 연승은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의 5연승. 4개 출전 대회에서 세 번 우승에 나머지 한 번도 공동 16위로 나쁘지 않았던 코르다라 19년 만의 최다 연승 타이기록 기대도 지나치지 않은 분위기다.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한 코르다는 버디만 7개로 7타나 줄이는 뒷심을 뽐냈다. 7언더파는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다.
전반에 3타를 줄여 1타 차 4위가 된 코르다는 11번 홀(파4) 위기를 잘 넘기면서 흐름을 탔다. 티샷 실수로 풀이 없는 지역에서 두 번째 샷을 했는데 그린 근처까지 보내 파를 지켰다. 이후 12번(파5)부터 7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몰아쳤다. 13번 홀(파4)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됐고 다음 홀(파4)에서는 들어갈 뻔한 두 번째 샷으로 간단히 버디를 보탰다.
2022년 초 왼팔에 혈전증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받으면서 전성기를 잃는 듯했던 코르다는 넉 달 만에 복귀해 그해 11월 승수를 보탰고 지난 한 해는 우승 없이 보냈다. 올해는 ‘역대급’ 페이스로 트로피를 수집하고 있다. 언니 제시카 코르다의 출산으로 2월부터 이모가 됐는데 이후로 2주 연속 우승이다.
코르다는 “눈앞의 한 대회만 집중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생각이 앞서나갈 때 잘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3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되는 T-모바일 매치플레이에서 4연승에 도전한다.
시즌 일곱 번째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의 시즌 첫 승은 나오지 않았다. 세계 9위의 에이스 김효주가 미끄러진 게 뼈아프다. 공동 선두로 시작한 김효주는 11번 홀(파4)에서 4퍼트로 더블 보기를 범하는 등 1타밖에 줄이지 못해 16언더파 공동 8위에 그쳤다. 4타를 줄인 이미향이 17언더파 공동 3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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