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현지 시간) 실시된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참패했다.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로 입지를 굳혔다.
튀르키예 국영방송 TRT는 1일 새벽 개표율 99.81% 상황에서 야당 CHP가 37.74%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여당 AKP 득표율은 35.49%에 그쳤다. CHP가 전국 단위 선거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3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CHP는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부르사, 안탈리아 등 이른바 '튀르키예 5대 도시'에서 모두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선 개표가 99.98% 진행된 가운데 이마모을루가 득표율 51.08%를 기록, 상대인 AKP 소속 무라트 쿠룸(39.59%)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그는 승리 확정 직후 이스탄불 광장에서 “1600만 이스탄불 시민들이 우리의 경쟁자와 대통령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결국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당연히 국민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불행히도 우리 당은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한편 이번 선거로 이마모을루 시장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2019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단숨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고물가·저성장의 어려운 경제 여건이 집권당의 참패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02년 집권한 후 중앙은행이 사상 최고 수준인 50%까지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물가는 연율 70%까지 치솟으며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또 대지진에 대한 에르도안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피해 복구 지연 문제도 선거 패배의 이유로 꼽힌다. 하칸 아크바스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 수석고문은 “결국 경제가 원인이었다”며 “튀르키예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했고 이마모을루는 이제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적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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