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인 앵귈라가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의 예상하지 못한 큰 수혜를 보고 있다. 국가 코드 도메인인 ‘.ai’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작은 섬나라가 뜻밖에 횡재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AI 붐으로 영국령 앵귈라의 국가 코드 도메인인 ‘.ai’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이에 총 인구 1만6000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가 지난해 3200만 달러(약 430억 원)를 도메인 수입으로 챙겼다.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한국의 ‘.kr’, 일본의 ‘.jp’ 등과 같이 앵귈라의 국가 코드 도메인은 ‘.ai’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 이뤄진 국가별 도메인 배정 때 앵귈라는 ‘.ai’를 받았다. 수십 년 후 AI가 각광을 받으면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누리게 됐다.
앵귈라는 홈페이지 주소를 ‘.ai’로 등록하려는 기업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X.AI’도 ‘.ai’ 도메인을 받으려면 앵귈라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앵귈라 정부는 도메인 등록 한 건당 140달러(19만원)에서 수천달러까지의 수수료를 징수한다. 도메인 주소는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엘리스 웹스터 앵귈라 총리는 “어떤 사람들은 이를 횡재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저 신이 우리에게 미소 지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입은 관광업에 의존해왔던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앵귈라는 2017년 허리케인과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웹스터 총리는 지난해 인터넷 도메인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70세 이상의 시민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교·직업 학교를 짓는 데 투입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수입을 활용해 공항 시설을 개선하고 스포츠 부문 예산을 두배로 늘렸고 해외에서 의료 치료를 받으려는 시민들도 지원했다고 웹스터 총리는 덧붙였다. 앵귈라는 올해도 도메인 등록 수입으로 작년과 비슷한 정도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 도메인 코드로 예상하지 못한 큰 수익을 얻은 곳은 앵귈라가 처음은 아니다. 호주 북동쪽에 있는 투발루도 비슷한 사례다. 이 나라는 자국 국가 도메인 ‘.tv’를 캐나다 기업에 5000만달러에 팔았다. 이를 통해 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장학금을 만들어 유엔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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