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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번엔 1000억대…건설사-KT 공사비 갈등 ‘점입가경’

현건·쌍용건설 등 분쟁 이어

롯데건설도 증액 두고 대립

"발주처가 적극 협상 나서야"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 현장. 사진=김민경 기자




롯데건설이 지난해 분양한 '구의역 롯데 이스트폴'이 포함된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1000억 원 대에 달하는 증액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주처인 KT는 이미 다른 현장에서도 현대건설, 쌍용건설, 한신공영 등과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다. KT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따라 공사비 증액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행보는 표준건축비 인상 등 공사원가 현실화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 기조와도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은 발주처인 KT에 1000억 원 대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양 1구역 정비는 KT가 보유하고 있던 구 전화국 부지 일대 50만 5178㎡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만 1조 원이 넘는 등 이제까지 KT가 진행한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랜드마크급 사업장이다. 공동주택 1063세대(임대아파트, 오피스텔 포함) 및 호텔(150실), 판매시설과 함께 광진구청사, 광진구의회, 광진구보건소 등이 들어선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겪는 사업장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2019년 말부터 2022년에 걸쳐 입찰(시공) 계약을 한 사업장들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물가가 전례 없이 폭등한 탓이다. 한국건설기술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말 121.80에서 2023년 말 153.26으로 3년 새 약 25%나 뛰었다. 원자잿값 추이를 나타내는 건설용중간재물가지수는 2020년 말 106.4에서 2023년 말 144.2로 무려 36%나 치솟았다.

정부도 건설사들이 공공·민간 공사에서 적정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작년 1월 6년 만에 표준건축비를 9.8% 인상해 공사비 현실화에 나선데 이어 건설분쟁조정위원회와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중재에 힘쓰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역시 최근 건설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우선적으로 공공공사의 기획, 설계, 시공 등 전 단계에 걸쳐 공사비가 불합리하게 책정되는 사항을 살펴보고 민간공사도 전문기관 조정 등을 통해 공사비 갈등이 해소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분쟁으로 시끄럽지만 KT는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지난해 해당 사업장에 포함된 임대주택을 서울시에 매각할 때는 표준건축비(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건축비) 인상분을 반영해 기존 예상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했지만 정작 시공사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표준건축비 인상은 2016년 이후 동결된 공사비를 현실화해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워 주택 공급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정책"이라며 "그런데 오히려 KT는 오른 표준건축비를 반영한 가격으로 매각해 당초 예상보다 수익이 늘었는데도 시공사들에게 치솟은 공사 원가를 전혀 반영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장에는 롯데건설 외에도 200여곳에 달하는 하도급 업체들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일부 협력업체들은 비용 부담으로 공사를 중간에 포기해 3개월여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준공이 늦어질 경우 매일 부과되는 지체상금과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막대한 채무인수 부담은 오롯이 시공사인 롯데건설 몫이다. 광진구 신청사, 서울시 임대주택 등 공공건축물도 포함돼 있는 만큼 국민들의 불편함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KT의 다른 사업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쌍용건설은 KT의 판교 신사옥 공사에, 한신공영은 KT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시행하는 부산 초량 오피스텔 시공에, 현대건설은 광화문 KT 사옥 리모델링 공사에 수백억 규모의 추가 공사비가 들어갔다는 입장이지만 KT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정부가 운영하는 건설 분쟁조정위원회에 사안을 회부한 상태다. 롯데건설 역시 KT가 준 공기업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국토부의 민관합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2차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시공사와 원만한 타결을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상생협력이 가능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삼성물산도 지난 2월 여의도 TP타워를 준공했으나 발주처인 사학연금과 공사비 조정이 길어지면서 아직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가 이미 '삼성물산이 요구한 공사비(약 900억 원)의 절반 가량을 증액 공사비로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강제성은 없는 만큼 사학연금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도시공사, 지자체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으로 공사비 증액 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조합 사업의 경우 공사비 인상 시 조합원 분담금이 천정부지로 늘어나는 만큼 조율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KT나 연금 등 공기업 성격을 가진 기관이 협상조차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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