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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풍력 늘리고 재활용 확대…소음·생태계 교란 오명 벗는다

◆ 진화하는 풍력발전

해상풍력, 육지 대비 소음민원 0

레이더 기술 발전 조류충돌 줄여

주차장 지붕 등 재활용방식 다양화

규모의 경제로 발전단가도 낮아져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풍력발전단지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산골짜기와 바닷가 곳곳의 풍력발전단지는 어느새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10여 년 사이 관련 기술도, 각국 정책도 빠르게 업그레이드됐다. 그러나 소음과 생태계 영향 등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하다. 우리나라 풍력발전 산업의 최전선에 선 제주도에서 문용혁 제주도청 신재생에너지 팀장을 만나 풍력발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제주도는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설치 용량이 각각 294㎿·570㎿로 화석연료 발전(900㎿·100%)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이 가운데 육상풍력 이용률이 25%, 해상풍력은 35%로 아직 화석연료 발전(100%)보다 훨씬 낮지만 앞으로 기술력과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7년 국내 첫 상업용 해상풍력인 탐라해상풍력이 준공됐을 때만 해도 환경적 기준이라는 것이 미비했습니다. 해안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졌죠. 그 이후에야 해상풍력발전기가 해안으로부터 1㎞ 이상 벗어난 곳에 설치돼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문 팀장은 최근 10여 년간 풍력발전의 변화를 이러한 사례로 설명했다. 기술과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규제와 정책이 이를 뒤늦게 따라잡았다는 이야기다.

소음 문제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주거 지역에서 1.5㎞ 이상 떨어진 곳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권고만 하고 있다. 2019년 가동된 전남 영광군의 풍력발전단지는 이 권고조차 따르지 않았고 일부 발전기는 마을에서 고작 300~500m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6월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에 따른 주민 피해를 인정, 사업자인 영광풍력발전에 1억 38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보다 근본적인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들이 해상풍력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문 팀장은 “현재 제주도는 20㎿ 이상 규모의 대단위 육상풍력발전단지만 주변에서 밭일을 하는 분들이 소음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소음 기준치에 따라 설치하도록 돼 있다”면서 “다만 소음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존 육상풍력발전기의 용량을 늘리는 작업 외에는 대부분 해상풍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은 해안에서 1㎞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되는 데다 파도 소리 같은 백색소음에 묻혀 소음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육지 대비 바람이 막힘 없이 불고 평균 풍속이 빠르며 인허가 및 임대 비용의 압박이 적다는 장점도 갖췄다.

제주도의 한 해상풍력 단지. /연합뉴스




생태계 영향은 특히 조심스러운 문제다. 국내에서는 풍력발전에 따른 생태계 영향에 관한 연구가 최근에야 시작됐다. 한 조류 전문가는 “새들은 해상보다는 주로 육상으로 이동하는데 대체로 개체 수가 적어 보존 노력이 필요한 대형 맹금류 등이 바람 골이 좋은 곳에서 활공하다 풍력발전기에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풍력발전기에 충돌하는 조류가 연간 100만 마리 정도로 건물 유리창 충돌 건수(9억 8000마리)보다 훨씬 적다는 조사가 있지만 풍력발전기의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연구나 기술 개발은 똑같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보다 풍력발전 시장이 큰 노르웨이에서는 카메라와 레이더로 풍력발전기에 대한 조류의 충돌을 막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해상풍력이 해양생태계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설치 단계에서의 서식지 파괴와 그에 따른 영향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공사 전후의 장기간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공사 전부터 인공 소음을 일으켜 해양 생물들이 미리 대피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문 팀장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수중촬영을 해보면 발전기 하부 구조물에 어류 서식지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설치 초기에는 돌고래 서식지 파괴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는 탐라해상풍력을 지나쳐 먹이를 찾아다니는 돌고래들이 자주 관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풍력발전기가 수명(20~30년)을 다하고 난 후의 재활용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문 팀장은 “타워는 주로 고철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가능하고 블레이드는 탄소섬유 등이 섞여 바로 재활용은 어렵지만 독일 등지에서는 주차장 지붕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자원 순환 측면에서 더 나은 방식의 재활용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덴마크의 베스타스와 오스테드는 수명이 다한 블레이드를 재활용해 만든 새 블레이드를 실제 풍력발전에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금호피앤비화학이 블레이드를 활용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풍력발전 역시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면서 발전소 건설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비용을 합산해 산출한 발전단가(LCOE)도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다. 화석연료의 LCOE는 ㎾h(킬로와트시)당 0.167~0.054달러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육상풍력 LCOE는 ㎾h당 0.033달러로 태양광(0.048달러)보다 저렴했고 해상풍력은 0.075달러로 아직 비싸지만 2010년 대비 60% 낮아졌다. 최근 10여 년간 눈부신 속도로 전통 에너지원을 따라잡고 있는 셈이다.

역시 IEA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육해상풍력발전 비중은 2040년 태양광과 원자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풍력발전의 비중 확대가 기대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 29.2GW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이 2036년 108.3GW로 대폭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태양광과 풍력의 비율은 2021년 8대1에서 2036년에는 6대4까지 조절한다는 목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해상풍력단지 입지 선정 및 주민 수용성 확보에 드는 시간이 대폭 단축돼 국내 해상풍력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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