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한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이 본격 이탈을 시작한 뒤 한 달 만에 교수도 병원도 한계에 봉착했다. 교수도, 병원도 이 사태를 이겨내지 못하면 말 그대로 의료 붕괴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 의료계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전임의들까지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이들이 해왔던 업무들을 도맡게 된 교수들의 경우 이미 체력의 한계를 느낀 지 오래다.
18일 고려대 교수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5주차로 접어들며 지쳐가고 있어 사직하기 전에 순직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일방적인 행정조치와 압박 등을 하는 복지부 행태는 이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의 체력적 한계도 문제지만 평소 해오지 않던 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매일 불안한 상황의 연속이다.
한 공공의료원의 교수는 "체력적으로도 그렇지만 어떤 과에 교수가 몇 명 없으면 계속 당직을 세울 수 없으니 불기피하게 전문 분야가 아닌 교수를 투입하게 되기도 한다"며 "손 놓은 지 20년씩 되는 그런 일들을 해야 되는 일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직을 서다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일들이 솔직히 있다"며 "의사로서 불안하고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교수들 뿐만 아니라 당장 의료진들의 월급 걱정을 하게 된 병원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8일부터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한 부산대병원은 600억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더해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두 곳 모두 의사직을 제외한 직원 6000명을 대상으로 무급 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5억~6억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0억~150억원 규모의 경영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도 기존에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원래 지난해에도 900억 적자가 났는데,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며 "장기화할 경우 경영이 정말 어려워지고, 새로운 장비와 시설 투자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병원 적자 상황에 대한 민사소송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큰 병원들이 하루에 적게는 10억 원에서 20억 원 적자가 난다고 하는데 이 부분들에 대한 민사소송까지 생각한다면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잘못된 의료계의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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