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붐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고성능 반도체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반도체 제조 기술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13일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최근 '몰디드 언더필'(MUF) 기술과 관련된 반도체 제조 장비를 구매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로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율을 높이기 위해 뭔가 해야 했다"면서 "MUF 기술 도입은 삼성전자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SK하이닉스가 먼저 사용한 기술을 결국 따르게 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AI 붐으로 HBM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달리 이 분야 선두인 엔비디아와 HBM 칩 공급 계약을 맺지 못한 상황이다.
로이터는 애널리스트 등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경쟁에서 뒤지는 이유로 수율을 꼽았다. 삼성전자의 HBM3 칩 수율은 10∼20%가량인 반면, SK하이닉스는 60∼70% 수준이라는 시장 추산이 나오고 있다. 낮은 수율의 원인은 일부 생산상의 이슈가 있는 비전도성 필름(NCF)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NCF의 문제점에 대응해 MR(매스 리플로우)-MUF 방식으로 바꿨고 높은 수율로 엔비디아에 HBM3 칩을 공급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MUF 공정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받기 위해 일본 나가세 등 관련 업체와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테스트를 더 해야 하는 만큼 MUF를 이용한 고성능 칩 대량 생산이 일러도 내년까지는 준비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의 HBM3 칩이 아직 엔비디아 공급을 위한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HBM 칩 생산에 기존 NCF 기술과 MUF 기술을 혼용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 보도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HBM 생산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MR-MUF 도입 계획은 없다"며 NCF와 MUF 기술의 혼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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