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행동 불참) 전공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문건이 온라인에 유포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해당 문건이 “명백한 허위 문건”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을 ‘의사협회 관계자’라고 밝히며 “의협 내부 문서를 폭로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 첨부된 의협 내부 문서로 추정되는 문건은 △정부 의료정책 반대 여론 형성 방법 △소속 근무처에 사직서 제출 및 여론 조성 방법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 작성 및 유포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특히 7일을 기해 수정된 지침에는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을 작성 및 유포하라”며 “개인이 특정되는 정보는 블러 처리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건은 “불참 인원들에 대한 압박이 목적이므로 블러 처리된 정보만으로 충분하다”며 “특정되는 정보는 모두 블러 처리되므로 위법 소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7일 의사와 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의협이 실제 해당 문건의 작성 주체라면 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셈이다.
경찰의 문건 조사 결과에 따라 의협 측의 전공의 집단사직 교사·방조 관련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이 전공의들의 이탈을 주문하거나 지시 또는 지지해 전공의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및 교사·방조 혐의 등으로 고발 조치했다. 하지만 의협 측은 “의료 공백 사태는 전공의들의 자발적 포기 운동”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9일 노환규 전 의협 회장, 12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등을 소환 조사한다.
하지만 의협은 해당 문건과 관련해 “비대위는 해당 글에 게시된 문건이 명백히 허위이고, 사용된 의협 회장 직인이 위조된 것임을 확인했다”며 “사문서 위조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해당 문건에 찍힌 의협 회장 직인을 조작의 유력한 근거로 보고 있다.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이 지난달 사퇴한 이후 현재 의협 회장 자리는 공석이기 때문이다. 대신 김 위원장 등이 의협 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문서 번호, 작성 날짜 등이 없어 공문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의료계에서 의구심을 보내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문서의 진위 등 사실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제 의협이 이 문건을 작성했는지 확인한 뒤 본격적인 수사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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