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대구·경북(TK)에서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에 뒤처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개혁신당은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합류로 지역구 출마자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양지로 분류됐던 지역에서마저 지지도가 낮아져 이준석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설이 더 힘을 받게 됐다.
1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40%, 더불어민주당은 33%,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 2%,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은 각각 1%, 그 외 정당은 2%,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은 19%로 나타났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전국 정당 지지도는 각각 3%, 1%를 기록, 직전 조사(2월 4주차)와 비교해 수치상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변화가 한 주 만에 두드러졌다. 개혁신당은 서울에서 2%p 오른 6%를 기록했다. 인천·경기에서도 1%p 상승하며 수도권에서는 상승세를 보였다.
눈에 띄는 곳은 호남(광주·전라)과 대구·경북 지역 변화다. 보수 진영이 뿌리인 개혁신당은 광주·전라에서 직전 조사 대비 1%p 오른 3%로 나타났다. 진보 진영에 기반을 둔 새로운미래도 2%p 오른 4%를 기록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오는 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지역은 경기 용인갑에 출마하는 개혁신당 양향자 의원의 광주 서을 등이 거론된다. 이 대표의 출마 선언이 새로운미래의 호남 지지도를 끌어올릴지도 관심이다.
개혁신당의 TK 정당 지지도는 0%로 직전 조사 5%에서 급락했다. 반면 새로운미래는 TK에서 1%p 오른 2%를 기록했다. 거대 보수 정당 대표를 거친 이준석 대표를 생각하면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6일 개혁신당에 합류하며 ‘이준석 대구 출마론’을 띄웠다. 그는 “이 대표 본인은 (출마 지역을) 내심 마음속에 정하고 밖에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나는 개인적으로 TK(대구·경북)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수 텃밭에서 새로운 정치 신인을 양성해 달라는 호소가 먹힐 거라는 판단도 깔렸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출마는 할 생각 없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4·10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일각에서 “이 대표가 지역구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막판에 비례대표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그는 “당의 지지율 정체 등과 결부해 다른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상황일 때 오히려 앞장서는 게 이준석의 정치”라며 “선거 때마다 서진 정책을 하고 험지인 노원병에 출마하는 게 내 방식”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서울 노원병, 경기 화성, 대구 등 6~7곳을 출마 후보지로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TK 지지율 속에서 이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고집하기는 힘들 거란 분석이 나온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화성 동탄 출마를 검토하는 것 같더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러다가 못 이기는 척 ‘김종인 위원장이 비례 가라더라’며 비례대표로 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경쟁력 있는 지역구 출마자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으로 탈당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다수가 새로운미래로 합류할 가능성이 커서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정통 민주당’을 내걸고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계 영입 전략을 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의 ‘조용한 공천’에 개혁신당은 이렇다 할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의 종로구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김종인 공관위원장과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강서 갑에 당선됐던 금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개혁신당 후보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역구 현역인 국민의힘의 최재형 의원과 민주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전 변호사와 겨룬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광주 서구 을에서 당선됐었지만 이번엔 개혁신당 소속으로 경기 용인 갑에 나선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남양주시 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응천 의원은 지역구를 고수, 개혁신당에서 3선을 노린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화성을 지역에서 3선에 성공했고, 이번에는 개혁신당에서 출마해 4선에 도전한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5.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