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트로닉스의 하비 박사는 인공지능(AI) 로봇 데이비드를 만든다.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데이비드는 모니카를 엄마로 각인하고 사랑과 애정을 갈구한다. 우수에 찬 눈빛도, 피부의 감촉도 실제 인간과 똑같은 ‘엄마 바라기’ 데이비드의 서글픈 이야기는 영국의 SF 작가 브라이언 올디스가 1969년에 쓴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1년에 영화 ‘A.I.’로 만들었다.
스필버그가 최고의 거장으로 추앙하는 감독이 있다. 바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다. 1968년 개봉됐던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2023년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특별전으로 재개봉됐다. 아서 클라크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가 주목받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당시에 구현된 환상적인 시각 효과나 인류의 달 착륙 이전에 사실적으로 표현된 우주여행 때문만은 아니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2016년에야 등장했는데 1968년에 벌써 인간과 대화하고 게임도 하는 AI 컴퓨터 ‘할 9000’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들 영화와 원작 소설에 AI가 등장하고 5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일상은 어떨까. 어떤 선택지를 고를 것인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조차 인간이 작성해 기계에 적용해줘야 하는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두 감독이 연출한 소설 속 AI 로봇은 시대를 놀랍게 앞서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언어 처리와 데이터 마이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은 이미 응용되기 시작했고 동문서답과 수시로 등장하는 거짓말에도 그 가치를 의심받지 않는 챗GPT도 날로 진화 중이다.
세종학당재단의 ‘AI 한국어 선생님’도 진화의 계획표를 짰다. 2021년 오픈한 AI 한국어 선생님은 머신러닝을 통해 대응의 정확성도 높이고 학습 결과 분석과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해 진정한 가상 학습 조력자로 고도화될 것이다. 모의 시행 3년 차를 맞이한 AI 기반 자동 채점 역시 쓰기 시험에 이어 말하기 시험에서도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응시자 능력에 따라 문항 난이도가 조정되는, 2022년 국내 최초 적응형 테스트 세종한국어평가(iSKA)에 자동 채점 모듈을 탑재해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는 완전한 AI 기반 평가 시행이라는 종착역에 닿으리라.
소박한 오늘의 AI 한국어 선생님이나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쓰기 자동 채점은 이제 걸음마를 떼었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에 공감하며 내일의 한국어 교실을 그려본다. 한국어 교실에도 AI가 한발 성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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