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불법 이민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남부 텍사스주 국경 지역을 나란히 방문한다. 미 대선이 전·현직 대통령 간의 본선 모드로 이미 전환된 가운데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정책 대결과 치열한 정치적 수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26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29일 텍사스 브라운즈빌을 방문해 국경순찰대 요원과 사법 집행기관 및 지역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하는 브라운즈빌은 멕시코 접경 지역으로 대규모 불법 입국이 이뤄지는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에서 국경순찰대 요원 추가 배치, 망명 신청 담당 공무원 증원, 펜타닐 밀수 적발 등에 필요한 초당적 입법을 공화당에 촉구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 인도주의에 입각한 유화적인 국경 정책을 폈으나 연 25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자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주도한 국경 통제 강화 예산안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상원에서 무산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거센 역공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는 6일 긴급 연설을 갖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필사적으로 이 법안을 저지하고자 한다. 그는 국경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이를 정치적 문제로 만들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무능을 지적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같은 날 브라운즈빌에서 520㎞ 떨어진 이글패스를 방문한다. 이글패스는 바이든 정부와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간 불법 이주민 대응을 놓고 대립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남부 국경 방문 소식이 알려진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즉시 국경을 봉쇄하고 첫날부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도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을 방문하는 것은 올해 대선에서 끔찍하게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폄훼했다.
불법 이민 문제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할 핵심 이슈로 꼽힌다. 23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38%에 그친 가운데 주요 정책 이슈 중 이민 문제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 67%에 달했다. 또 몬머스대가 8~12일 902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불법 이민 문제가 심각한 이슈라고 답했다. 이는 같은 유형의 여론조사가 진행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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