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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국대’도 앓았다…키다리 가족의 숨겨진 고통 [건강 팁]

■박택규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유전자 돌연변이로 결합조직 약화돼 발생하는 ‘유전성 대동맥질환’

‘동맥류·동맥박리’ 흔해 일반 대동맥질환보다 강화된 치료 기준 적용

‘말판증후군’이 대표적…확진하려면 심초음파·유전자검사 필수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한기범 사단법인 '한기범 희망나눔' 대표는 말판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한국심장재단의 도움으로 2008년 10월 상행대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이후 사단법인 '한기범 희망나눔'을 설립해 다양한 후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TV조선 캡처




대동맥질환은 대부분 혈관의 가장 안쪽 막(내피)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고 혈관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말초 혈류장애를 일으키는 죽상동맥경화가 원인이다. 드물게 선천적으로 결합조직이 약해 대동맥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은 타고난 체질이라 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이 대동맥질환의 원인이다. 누구는 키가 크고 누구는 작듯이 혈관도 개인 차이가 있다. 선천적으로 혈관이 질긴 사람이 있고 약한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약한 대동맥을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 죽상동맥경화의 위험인자가 동반되어 대동맥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를 유전성 대동맥질환이라고 부른다.

유전성 대동맥질환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결합조직이 약화되는 질환이다. 주로 흉부대동맥에서 동맥벽이 약해져 동백의 일부가 풍선처럼 늘어나는 동맥류나 동맥의 내막이 찢어지는 동맥박리를 일으킨다. 그 중에서도 상행대동맥에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유전성 대동맥질환으로 대동맥이 확장된 경우 일반 환자에 비해 치료 적응증이 5~10mm가량 작다. 대동맥박리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적 수술을 하고, 평생 약물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유전성 대동맥질환으로 진단되면 가족력 파악이 필수적이다. 다른 가족에게도 동일한 질병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같이 치료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죽상경화성 대동맥질환과 구별해야 한다. 대동맥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50세 이전에 대동맥질환이 발생했는데 죽상동맥경화의 병변이 별로 없는 깨끗한 대동맥에서 대동맥 기시부가 늘어나 있다면 유전성 대동맥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말판증후군의 치료.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유전성 대동맥질환이 의심되면 먼저 골격에 이상 소견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유전성 대동맥질환의 대표격인 말판증후군은 키가 크고 손발이 길어 손목 징후, 즉 반대쪽 손목을 엄지손가락과 다섯번째손가락으로 쥐었을 때 엄지손가락의 끝이 다섯번째손가락의 손톱을 완전히 덮을 수 있다. 새가슴 또는 오목가슴, 평발, 척추측만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로이-디에츠 증후군의 경우 눈과 눈 사이가 벌어지고 목젖이 둘로 갈라져 있다. 말판증후군과 달리 일반적으로 키가 크지 않고 손발이 길지 않은 게 특징이다.

말판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증상 소견 외에 안과 진찰과 함께 심장초음파,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는 대동맥기시부 직경을 측정하고 나이와 체표면적으로 보정해 대동맥기시부 확장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안과 진찰에서는 수정체 탈구 혹은 망막 박리 여부를 본다. 만약 임상 소견이 부족해 확진이 어렵거나 소아처럼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유전성 대동맥질환이 의심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인지 명확하지 않거나 되물림 차단을 위한 선별임신이 필요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말판증후군의 원인 유전자인 FBN1 변이를 첫 검사에서 바로 확진하는 경우는 70% 정도로 보고된다. 이를 제외한 약 20% 말판증후군 환자는 전 세계에서 처음 보고되는 유전적 변이가 발견된다. 이런 경우 컴퓨터 예측 프로그램, 기존 보고 문헌 검토, 가족 검사 등을 통해 90% 가량이 원인 돌연변이를 규명할 수 있다. 말판증후군, 로이-디에츠 증후군, 가족성 대동맥류 및 대동맥박리증 등 대부분의 유전성 대동맥질환은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하므로 세대를 건너뛰지 않고 가계 내에 분포한다. 일반적으로 말판증후군 환자의 약 75%는 부모 중 한 명이 말판증후군이며, 나머지 25%는 새로운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모 중 한 명이 말판증후군일 때 자녀에게 말판증후군이 발생할 확률은 성별에 관계없이 50%다. 따라서 대동맥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정확한 원인 돌연변이를 찾으면 증상이 없거나 확실하지 않은 부모, 형제, 자녀에서 동일한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미리 예방을 할 수 있다.

유전성 대동맥질환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통해 태아에 대한 검사가 가능하다고 정해진 질환이다. 융모막 검사나 양수검사를 통해 얻은 태아 세포에서 환자의 정확한 원인 돌연변이와 동일한 돌연변이가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과 착상 전 유전진단을 통해 돌연변이가 없는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 유전질환의 되물림을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임상에서는 유전성 대동맥질환 환자에서 대동맥 직경 크기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 혈압과 맥박수를 일반인 기준보다 더 낮게 조절한다. 여러 혈압약 가운데 일차적으로 베타차단제를 사용해 수축기 혈압을 120mmHg보다 낮게 심박수는 분당 60회 정도 유지하도록 용량을 조절한다. 또한 대동맥 박리를 예방하기 위해 대동맥기시부 직경 50mm가 되면 대동맥기시부 치환수술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환자 본인에게 하행 흉부대동맥박리가 있거나 임신을 앞둔 경우, 대동맥박리나 급사의 가족력이 있다면 직경 45mm가 수술의 적응증이 된다. 유전성 대동맥질환 환자에서 스텐트그라프트의 삽입은 현재 상대적인 금기증이다. 대동맥 확장에 따른 합병증 발생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동반질환으로 인해 수술의 위험성이 높거나 급성대동맥박리 환자에서 관류부전 증후군으로 인한 응급치료를 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박택규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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