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의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이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전문의약품으로 등극했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전문의약품이 수입 제품을 포함한 원외처방 매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처음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로수젯은 지난달 원외처방 매출액 167억 원을 기록해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유지하던 비아트리스의 ‘리피토’ 매출을 처음으로 넘어서면서다.
이는 수입의약품 비중이 높은 국내 약품 시장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래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전문의약품이 원외처방 매출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약품이 ‘에제티미브’와 ‘로수바스타틴’ 2개 성분 복합제로 개발한 로수젯은 2015년 첫 출시 이후 1년 여만에 243억 원의 처방 매출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1788억 원의 처방 매출을 올려 국산 전문의약품 단일 제품으로는 가장 많은 원외처방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쟁 제품 리피토는 지난해 매출 1957억 원으로 전문의약품 단일 품목 기준 가장 높은 연간 처방액을 기록한 제품이다. 2009년 특허 만료 이후 100개 이상의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졌지만 시장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돼 한동안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방 실적이 주춤했고 로수젯이 급성장하면서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한미약품은 유효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로수젯의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로수젯을 이용한 임상 연구 15건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등재됐다. 스타틴 기반 복합제 중 가장 많은 임상 연구다. 특히 국내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 환자 378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된 로수젯 대규모 연구가 세계적 의학 학술지 ‘더 랜싯(The Lancet)’에 등재되면서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것이 한미약품 측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로수젯이 국내 처방 제품 1위에 올라 한국의 제약 주권을 상징하는 치료제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큰 의미가 있다”며 “매출 90% 이상을 자체 개발 제품으로 채우고 있는 한미약품은 그 수익을 혁신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의료진과 환자를 위한 더 좋은 약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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