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의 따가운 눈초리를 외면하고 총선 등판을 위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조 전 장관의 등장이 총선 정국에서 ‘정권 심판'의 동력을 저하시킨다는 게 민주당 측 우려지만 조 전 장관은 본인의 ‘명예 회복’을 선택했다. 여당은 ‘내로남불’ 꼬리표를 달고 있는 조 전 장관의 창당을 두고 쾌재를 부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13일 고향인 부산의 민주공원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무능한 검찰 독재 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출마 여부와 신당 명칭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정당은 공당인 만큼 정당에 모인 분들이 원칙과 절차를 정할 것이고 그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출마 여부에 대해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통합비례정당’에 대한 참여 가능성을 우선순위로 놓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조 전 장관이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 역시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민주당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으며 조 전 장관과 선을 긋고 있다. 통합비례정당 추진단장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신당과는 선거 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절체절명의 선거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창당은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조 전 장관의 출마 여부를 두고 “총선 전에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가 이뤄지지 않는 한 출마는 사실상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검찰 독재 청산을 내걸고 창당을 선언한 조 전 장관을 비판하면서도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국 씨는 도덕성이 극단적으로 낮아져 있는 민주당에서조차 공천하기 어렵다”며 “조국 씨가 뒷문으로 우회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이 제도(준연동형 비례제)”라고 야권의 통합비례정당에 대한 움직임을 질타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허물을 검찰 독재 탓으로 돌리려는 비겁한 시도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조국이 나오면 국민의힘에 나쁠 게 전혀 없다”며 “조 전 장관 등장으로 자녀 비리 등이 불거진 5년 전으로 시간이 되돌아가고 야권에서 흙탕물을 다시 일으켜주니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