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주요 인물을 암살하는 임무를 맡은 ‘한국군 참수부대’가 운용할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를 도입한다. 방사청은 지난해 4월 ‘제15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추진기본전략 안건을 확정했다. 도입 물량은 20여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의 특수작전을 위한 공중침투와 공군의 탐색구조 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이다. 올해부터 7년 동안 약 3조 7000억 원을 들여 국외구매 방식으로 추진한다. 새로 들어온 헬기들은 노후화된 육군의 특수작전용 헬기와 공군의 탐색구조용 헬기들과 교체될 예정이다.
군은 이 사업을 통해 미군이 운용하는 특수전 헬기 ‘MH-47G’급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특수전 헬기들은 침투를 위한 레이더, 적외선 장비, 그리고 장거리 비행을 위한 공중급유봉 장착 등 일반적인 수송헬기보다 많은 장비를 탑재해 가격도 비싸다. 무엇보다 미국이 외국에 특수전 헬리콥터를 수출한 사례가 없다. 군 당국은 이번 사업을 통해 MH-47G급 기체를 들여와 우리 업체를 통해 개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특수전 헬기 ‘MH-47G’급 도입 목표
현재 우리 군은 육군이 CH-47D를, 공군 탐색구조전대가 HH-47D를 운용 중이다. 이 두 기종 모두 미국 보잉의 CH-47 치누크 모델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제15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육군 CH-47D 대체기 18대를 도입하는 ‘대형기동헬기-II 사업’에서 보잉의 CH-47F가 록히드마틴 자회사인 시코르스키의 CH-53K 킹 스탈리언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 연장선으로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을 놓고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또다시 맞붙은 전망이다.
한국이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보잉이 빈 라덴 참수작전에 투입됐던 CH-47 치누크(Chinook) 헬기의 최신형인 ‘CH-47ER’을 제안했다. 이에 반해 한 차례 패했던 시코르스키는 아덱스 2023에 ‘CH-53K’ 모형과 시뮬레이터를 들고 나왔다. CH-53 기체를 바탕으로 한 최신형으로 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록히드마틴 CH-53K는 미군이 운용 중인 CH-53E 슈퍼 스탤리온을 개량한 최신형 대형 헬기다. 미군 최대규모의 탑재량을 자랑하는 초대형 기체로 스무스하면서도 빠르고 민첩한 행동을 보여줄 수 있는 기체 특성이 장점이다.
CH-53K의 제원을 살펴보면 길이는 22.28m, 폭(로터 포함)은 23.99m에 이른다. 최대 속력은 시속 315㎞, 항속거리는 841㎞다. 최대 16.3t의 화물 수송이 가능하다.7500 엔진마력의 T408-GE-400 터보샤프트 엔진 3기를 장착했다. 2022년 말 미 F-35C 스텔스기를 매달고 비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대당 가격은 1000억 원이 넘어 비싼 편이다.
CH-53K는 메인로터(자동으로 2분 내 접을 수 있다) 및 꼬리 동체를 폴딩형식으로 주기가 가능해 해상작전시 상륙함 등에서 해상 운용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CH-53K, 대당 가격 1000억원 넘어
항전 및 비행 통제 시스템은 미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호환되도록 설계됐고 내부 화물 탑재량 또한 비교적 간단한 수정으로 향상 시키는 게 가능하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CH-53K은 기본형인 CH-5의 최신 기종이다. 특수전부대 침투와 재보급 등에 활용하고자 MH-53J 특수작전헬기로 개량해 운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도 CH-53K 18대를 34억 달러(4조4000억 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 해병대 초도작전능력(IOC) 달성을 위해 앞으로 총 2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폴 레모 시콜스키 사장은 “CH-53K는 장갑차와 물자, 병력을 더 멀리, 더 신속하게 수송해 대형 수송 및 상륙 작전까지 수행할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CH-47ER은 미군이 운용 중인 CH-47F의 항속거리 등을 늘린 개량형 기종이다. 미 주력 특수전헬기 중의 하나인 MH-47G는 CH-47F를 특수전용으로 개조해 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군 당국도 특수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을 통해 ‘MH-47G급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사 기종을 들여와 국내에서 한국 기술로 적용한 레이더와 전자 장비 등 첨단 장비 등을 장착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군의 특수전 헬기 MH-47G는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비행할 수 있는 첨단 레이더 등 최신 항법장치, 전자 장비들과 적 휴대용 대공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어장비 등을 탑재하고 있다. 길이는 15.8m, 최대속도는 시속 340㎞, 전투행동 반경은 630㎞에 달한다. 한 번에 40여명의 특수부대원을 수송할 수 있다.
MH-47G, 대당 가격은 740억원
기체는 부식을 방지하고 조종석의 진동을 줄이기 위한 구조다. 전자식 제어시스템이 적용된 엔진은 출력이 3700마력에서 4800마력으로 크게 증가했다. 디지털 자동비행조종장치를 통해 악천후 속에서도 제자리 비행 등이 가능하다. 대당 가격은 보통 헬기보다 비싼 5700만 달러(한화 740억 원)에 달한다. 다만 경쟁 모델인 CH-53K 보다는 저렴하다.
MH-47은 주한미군에도 배치됐다가 10여년 전 철수했다. 이후엔 한미 연합훈련 때 종종 한반도로 출동해 유사시 우리 특수부대원들을 북한 지역에 침투시키는 훈련을 하고 있다. MH-47은 미 특수부대의 기동성을 높여주는 소형전술차량과 ATV도 수송할 수 있어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펼치진 특수전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며 유명세를 떨쳤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침투 도중 북한군 방공망의 공격으로 격추되거나 불시착한다면, 작전 수행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북한군 방공망의 공격 시도를 무력화하려면서도 고성능 전자전 장비를 다수 탑재해 해야 하는데 UH-60의 탑재능력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 게다가 최근 특수전부대가 헬기 침투 후 고기동차량, 보트 등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우리 군이 운용하는 UH-60으로는 수송이 어렵다. 미군의 특수전 헬기 MH-47G는 전자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전자장비를 싣고 있어 생존성이 높은데다, 전술차량이나 침투용 보트 등의 장비도 함께 실을 수 있는 장점이 다. 우리 군이 MH-47G급 특수작전용 대형헬기를 도입하려는 이유다. 이 같은 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기종이 CH-47F(보잉), CH-53K(록히드마틴)다.
美, 특수헬기 ‘160특수작전항공연대’ 운용
군 당국은 이번 사업을 통해 특수전용 헬기들도 구성된 ‘한국판 나이트 스토커스’ 부대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군은 각종 특수전 헬기들로 구성된 160특수작전항공연대를 운용 중이다. 160특수작전항공연대는 1981년 창설돼 180여대의 각종 특수전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군 특수전과 관련된 모든 비행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유사시 우리나라 등 동맹국 특수부대 침투작전도 지원한다.
‘밤의 추격자’(나이트 스토커스·Night Stalkers)라는 별명을 붙을 정도로 음미하게 작전을 펼치며 높은 전과를 올리고 있다. 1993년 모가디슈 작전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호크 다운’에 등장하는 헬기들이 160특수작전항공연대 소속이다. 또 다른 영화 ‘론 서바이버’ ‘제로 다크 서티’에 등장한 특수전 헬기들도 이 부대 소속이다.
이에 반해 현재 우리 육군 특전사는 UH-60 기동헬기에 전방감시적외선 레이더(FLIR) 등을 장착해 제한된 특수작전 지원능력을 가진 개량형 UH-60헬기들을 운용 중이다. 공군 역시 4대의 특수전용 C-130 수송기 개량형(한국형 MC-130)을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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