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첨단기술에 대한 미국의 견재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올해 안에 차세대 스마트폰 프로세서 제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자국의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SMIC(중싱궈지)와 손잡고 5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의 생산설비를 상하이에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화웨이가 새로운 플래그십 휴대전화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5나노 반도체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스마트폰용 칩 생산이 문제 없다고 판단되면 화웨이의 최신 인공지능(AI) 프로세서인 ‘어센드(Ascend) 920’ 역시 5나노로 생산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칩과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22년 사양이 낮은 14나노 이하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장비에 대해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일본과 네덜란드도 수출통제 조치에 동참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8월 7나노 프로세서인 이른바 ‘기린 칩’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이 스마트폰은 중국 내 소비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화웨이의 4분기 출하량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끌어올렸다.
FT는 이런 상황에서 5나노 반도체 양산까지 성공한다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SMIC 등은 5나노 반도체 생산에 기존에 수입한 미국·네덜란드 장비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중국의 성취에 경제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SMIC가 5나노 및 7나노 칩을 생산하는데는 대만 TSMC의 제조비용보다 40~50%가 더 들어가는 것은 물론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도 TSMC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 ‘보여 주기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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