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산업의 임금 체불이 4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1·10대책을 발표하고 자금조달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는 한편 건설업계와 임금체불 해소방안 등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6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업계 유관단체들과 함께 건설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경기는 2022년 역대 최고 수주(216조 원)를 달성했으나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2023년 전년대비 20% 감소한 175조 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수주가 줄면서 건설 투자도 지난해 4분기 들어 꺾였다. 건설투자는 2023년 2.7%에서 올해 -1.8%로 마이너스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매출은 늘었으나 원자재와 금융비용 등 원가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채무상환이 어려운 한계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부는 2022년 기준 외감기업의 18.7%가 한계기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1년에는 15.8%였다. 실제로 지난해 폐업 업체 수는 1948곳으로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자금 조달 지원과 규제 완화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0 대책을 통해 발표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환보증 신설 △건설사 보증 PF 유동화증권(ABCP) 대출 전환 확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시 세제 혜택 등이다.
종합건설사의 위기가 하도급 등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국토부는 도급사 위기시 하도급 대금을 발주자가 직접 지급하는 발주자 직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경우 5일 기준 128개 착공 현장 중 80개가 발주자 직불로 전환됐다. 원도급사가 하도급 대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발행하더라도 임금은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건설업의 유동성 위기가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되지 않도록 시장안정조치를 충분한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건설업계에서도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피해 최소화에 힘쓰고 치열한 자구노력을 병행해달라"고 말했다.
하도급 업체 종사자 피해는 이미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임금 체불액은 4363억 원으로 2022년 대비 49.2%나 늘었다. 산업 전체 임금 체불액이 1조 7845억 원이었는데 이 중 건설업이 24.4%를 차지해 제조업(30.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전체 취업자 대비 건설근로자 비중이 7.8%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체불액의 74.1%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공사금액 30억 원 이상인 민간건설현장 500개소 현장을 점검하는 등 명절을 앞두고 건설현장의 체불 예방 및 청산 지도에 나서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105개 건설현장에 대해서도 점검을 마쳤다. 그 결과 서울 상봉동 현장은 10억 원, 대구 신천동 현장은 11억 원 가량 체불 임금이 해결돼 지난달 말 공사가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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