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기점으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형태가 단체에서 개별로 바뀌며 이들의 면세점 쇼핑 패턴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단체 관광객이 패키지 관광 일정 중 남는 시간에 잠시 들러 기념품과 기초 화장품 등을 구매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개별 관광객이 오랜 시간 머물며 명품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액이 반토막 난 면세업계는 개별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이들의 지갑 열기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 1위 품목, 화장품→명품
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면세점의 매출 1위 지점인 명동점 매출 상위 품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1위 향수·화장품 △2위 럭셔리 주얼리 및 워치 △3위 럭셔리 부티크(명품) 순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위 럭셔리 부티크(명품) △2위 럭셔리 주얼리 및 워치 △3위 향수·화장품 순으로 변화했다. 한국 면세점에서 기초 화장품 등을 쓸어가던 관광객들이 이제는 고가의 명품을 더 많이 찾기 시작한 셈이다.
이는 국산 화장품을 무더기로 구매해 가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코로나19 이후 더 이상 한국을 찾지 않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매년 화장품을 싹쓸이하던 단체 관광객과 보따리상(따이궁)의 발길이 끊기며 화장품 카테고리의 전체 매출 비중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개별 관광객의 쇼핑 패턴도 달라졌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은 이제 방한을 기념하기 위해 쇼핑하기보다 명품·잡화 등의 목적이 있는 쇼핑을 추구한다”면서 “바뀐 소비 형태 덕에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의 개별 관광객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4%, 2019년 대비 136% 늘었다”고 밝혔다.
명품 구매에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 금액도 ‘훌쩍’
외국인 관광객 한 명이 국내 전체 면세점에서 쓴 평균 금액도 증가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인 당 국내 면세점 평균 소비 금액은 약 183만 원이다. 2019년(104만 원)과 비교해 크게 뛰었다. 쇼핑 시간도 늘었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지난해 명동점 쇼핑몰에 2시간 이상 머무른 외국인 관광객은 전체 인원의 22%에 달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이 활발했던 2019년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약 10%만 2시간 이상 쇼핑했다.
면세점 업계 “따이궁 대신 싼커(개별 관광객) 잡자”
면세점 업계도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그동안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보따리상이나 단체 관광객 대신 개별 관광객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12월 홍콩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과 MOU를 체결해 개별 관광객이 신세계면세점에서 쇼핑하면 항공 마일리지를 지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난달에는 97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중국 남방항공과도 마케팅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개별 관광객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069960)면세점도 오는 10~17일 중국 춘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3CE와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개별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오는 5~18일까지는 위챗페이를 통해 800위안(약 15만 원) 이상 구매한 중국인 고객에게 다음 쇼핑 때 사용할 수 있는 50위안어치의 금액권을 제공한다. 신라면세점은 오는 8~18일까지 서울과 제주점에서 888달러(약 119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선불카드 8만 원을 홍빠오(중국에서 세뱃돈을 담는 빨간 봉투)에 담아 증정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무역센터점에서 구매 금액대별 최대 166만 원을 돌려주는 ‘새해 복 최대 166만원 페이백’ 프로모션을 오는 12일까지 진행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