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로봇청소기 룸바로 유명한 기업 아이로봇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소식이 전해진 후 뉴욕증시에서 아이로봇의 주가는 8% 넘게 급락해 마감했다.
아마존과 아이로봇은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반독점 규제기관의 반대에 부딪혀 합병 계획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2022년 8월 아이로봇 인수 계획을 밝힌 지 17개월 만이다. 아마존은 계약 파기로 아이로봇에 9400만달러(약 1250억원)를 물어줘야 한다. 아마존의 수석 부사장 데이비드 자폴스키는 “이번 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빠른 혁신과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할 계획이었는데 진행되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아마존은 스마트홈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14억 달러(약 1조8711억 원) 규모의 아이로봇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아이로봇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로 한때 아이로봇의 매출 4분의 1이 아마존에서 나오기도 하는 등 양사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거래는 앞서 지난해 6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합병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EU의 벽은 넘지 못했다. 같은해 7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합병에 따른 반독점 심층 조사에 착수했고, 4개월 뒤인 11월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아마존 사이트에서 아이로봇 제품에 유리한 소비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그 결과 가격 상승 및 품질 저하, 소비자를 위한 혁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아마존이 집행위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제출하지 못했고, 이에 EU 집행위는 최근 사실상 인수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EU 규제당국의 결정에 항소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어서 결국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로봇은 이날 아마존과의 합병 철회가 알려진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35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아이로봇 전체 인력의 약 31%에 해당한다. 또 콜린 앵글 최고경영자(CEO)이자 회장이 사임했다.
앞서 아이로봇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감소하며 실적 악화에 시달려왔으며 2021년 2분기부터 약 5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이로봇은 이날 뉴욕 증시에서 장 초반 15% 이상 급락했으며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8.77% 내린 15.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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