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성소수자 피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검찰청과 멕시코주 검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멕시코시티 소치밀코 지역에서 렌터카를 타고 이동 중이던 여당(국가재생운동·MORENA) 소속 사만다 고메스 폰세카 상원의원 예비 후보가 총에 맞아 숨졌다. 그는 인근 교도소를 찾았다가 나오는 길에 괴한에 의해 살해됐다.
멕시코시티 검찰청은 전날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차 조사에서 피해자는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해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폰세카 후보는 지역에서는 잘 알려진 성전환 인권운동가다. 지난해 멕시코시티 의회에서 인권 신장에 노력한 사람에게 주는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현지 일간지인 엘우니베르살은 폰세카 후보가 지역 남성 재소자들로부터 협박 받은 정황이 있다는 비공식 수사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EFE통신은 이번 사건이 올해 들어 멕시코에서 발생한 4번째 성소수자 피살 사건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미초아칸주에서 야당(시민운동·MC) 소속 정치인이자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였던 미리암 리오스 리오스가 살해당했고, 6일엔 이달고주에서 스타일리스트가 증오 메시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성소수자였다. 경찰은 이들 사건이 모두 성소수자 혐오 범죄와 연관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과거 멕시코에서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드문 편은 아니었다.
각종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스테이티스타’에서 인용한 ‘트랜스젠더유럽(TGEU)’ 데이터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동안 52건의 관련 사건이 당국에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성소수자 관련 인권단체인 무지개 재단(푼다시온 아르코이리스)은 멕시코를 중남미 대륙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심한 성소수자 혐오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성전환 여성을 “여장을 한 남성”이라고 칭했다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멕시코 인권 단체는 대통령궁 주변에서 시위하며, 성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인식 전환과 관련 정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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