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산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는 무게 1.4t, 탄두 중량 480㎏, 사거리 500㎞에 달한다. 영국산 ‘스톰 섀도’ 미사일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 강화 콘크리트를 6m까지 관통할 수 있는 위력을 갖춰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현재 한국 공군도 F-15K에서 운용 중이다. 향후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에 탑재해 북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하면 '한국형 3축 체계'의 마지막 퍼즐인 독자적 공격능력을 완성하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괴물미사일 타우러스 처럼 공중 정밀타격 유도무기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 지상, 해상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도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유독 공중 발사 미사일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군 2010년대 독일의 타우러스 시스템즈에서 KEPD 350 공대지 미사일을 추가 도입하는 과정에서 2차 사업으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국산기술로 만드는 ‘한국형 타우러스’ 개발 사업을 계획했다. 남한 상공에서 북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국산화에 착수한 것이다.
KF-21 탑재돼 北 수뇌부를 타격·초토화
타우러스 미사일이 공군에 실전배치 되었을 때 공군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500km 이상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운용하는 국가였다. 그러나 독일에서 수입한 260발로는 부족해 공군은 최대 600발 정도의 공대지 유도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에 군 당국은 나머지 물량은 ‘국산 공대지 유도탄’으로 보충한다는 계획이확정했다. 향후 실전배치 되면 북한의 대남도발 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에 탑재해 350~500km 떨어진 북핵 벙커 같은 도발 원점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를 직접 타격하게 된다.
2018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21년 말까지 탐색개발을 마쳤고, 체계개발은 2028년까지 진행된다. 개발에 참여한 업체로는 LIG 넥스원(체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엔진)가 있다. 개발비용은 약 3100억 원, 양산비용은 5000억 원으로 양산될 시기인 2031년까지 총 8100억 원이 투입된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국내 개발에 따른 경제효과는 4300억 원 정도이며 약 3700명의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해상 발사 유도탄과 달리 공중발사 유도탄은 그동안 항공기 안전장착·분리 기술이 부족해 미개척 분야였다. 2019년부터 2021년 말까지 탐색개발을 전개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2022년에 체계개발을 진행하게 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체계개발에 들어간 장거리공대지유도탄은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최초의 공중발사 유도탄으로 일명 ‘천룡’으로 ‘한국형 타우러스’라고도 불린다. 수백km 떨어진 적의 핵심표적을 정밀 공격할 수 있고, KF-21 전투기의 핵심 무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실 군의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사업은 1차와 2차 사업으로 나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속화에 따라 긴급대응 조치로 1차 사업을 통해 공군 F-15K 전투기에 장착 운용할 수 있는 ‘타우러스 350K’를 국외 도입해 전력화했다.
이에 반해 2차 사업은 KF-21 보라매 전투기에 장착되는 국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로 국내 개발하기로 결정됐다. 개발이 완료되면 공대지 미사일은 KF-21 보라매 전투기에 장착돼 적의 대공 위협지역에서 벗어난 원거리에서 전략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중발사 순항미사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저공 비행 덕분에 적 레이더가 못 찾아
천룡은 타우러스처럼 복합적인 정밀 유도가 가능하게 설계된다. 따라서 영상·지형 대조 및 종말 유도 기능을 갖춰 오차범위 1~2m 이내 족집게 정밀 타격을 할 수 있다. 낮은 고도로 저공 비행하기 때문에 적 레이더가 찾아내기 어렵다.
또 KF-21 보라매 전투기 탑재 효율성 및 생존성 극대화를 위해 소형화, 경량화, 항공연동화, 스텔스화 등에 중점을 둔다. 특히 항재밍 능력을 강화해 더 높은 신뢰성을 추가한다. 타우러스와 달리 투박한 동체는 스텔스 형상으로 다듬었다. 게다가 특수도료까지 발라 적 레이더에 발견될 확률을 크게 줄인 것으로 예상된다.
천룡은 수 배 더 많은 표적을 저장하는 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조종사가 공중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이 늘어나 작전 융통성이 커진다. 북핵 시설을 실시간으로 꼼꼼하게 살펴보다 유도탄 발사 마지막 순간에 최적의 타격 장소를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천룡은 타우러스와 비슷한 무게지만 더 멀리 날아가 타격할 수 있다. 제트 엔진으로 비행하며 타우러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아음속으로 더 빠르게 비행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타우러스는 비행 직전에 연료를 주입하지만, 천룡은 연료를 주입한 상태로 5~10년간 보관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투기 출격 준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즉각적인 작전 투입을 할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선 시간 단축으로 작전의 성공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셈이다.
천룡은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타우러스 미사일과 미국의 ‘AGM-158 JASSM’의 장점을 융합해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타우러스 처럼 이중 탄두 구조를 차용한다. 또 타우러스의 개량형이지만 사거리 600km이상, 관통력은 기존 대비 90% 수준이다. 무게와 길이를 줄여 미디엄급 또는 로우급 전투기에 장착해 운용이 가능하도록 350K의 형상도 축소·개조한다.
천룡은 KF-21, FA-50 장착을 고려해 크기와 무게도 줄인다. 이 덕분에 FA-50 경공격기,KF-16, F-15K 등 기존 공군 전 전투기에도 장착이 가능하게 된다.
이에 따라 천룡 미사일이 실전 배치된다면 지상에서 쏘는 지대지, 함상에서 쏘는 함대지, 잠수함에서 쏘는 잠대지 크루즈 미사일들과 함께 개전 초기부터 북한 군 지휘부를 단숨에 없애버릴 수 있는 게임체임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6m 두께 강화콘크리트 관통 ‘벙커버스터’
특히 새 미사일은 지하 벙커를 타격할 수 있는 ‘관통탄두’ 기능을 갖추게 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벙커버스터’ 역할이다.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고 있는 타우러스 미사일은 6m 두께의 강화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새 미사일이 타우러스와 성능이 유사하거나 향상돼 유사시 미군의 전략자산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지하 갱도로 숨을 가능성이 높은 북한 쉬뇌부를 신속하게 공략해 괴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천룡은 KF-21과 짝을 이뤄 방산 수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전망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한국형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개발이 완료되면 수출 시장 확대와 다양한 항공유도무기 개발 촉진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국내 기술로 최초 개발하는 KF-21 전투기의 수출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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