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경기 고양시장은 15일 "시장 발목잡기에 급급해 원칙과 상식 없는 예산심사를 멈춰야 한다"고 시의회를 직격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이후 회기마다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예산심의가 반복됐고, 비난의 화실은 고양시가 오롯이 떠안고 가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집행부와 시의회는 적정 수준의 마찰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생산적인 마찰보다는 정쟁으로 몰아가는 108만 시민에게 부끄러운 기록들만 남기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나 기업 유치를 위해 국외 출장마저도 정쟁화 하고, 출국 전 인천공항까지 피켓을 들고 와 모욕을 주고 고양시 위상까지 실추시킨 것도 모자라 시장의 관심 사업이라는 이유로 핵심 예산도 삭감했다"며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할 권한이 있지만 정쟁의 무기로 삼은 건 정당성을 상실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주요 예산들이 수차례 부결되거나 때를 놓쳐 통과되면서 고양시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갈등이 촉발된 시의회 업무추진비 삭감과 관련해서는 "시의회가 반발할 것은 예상했지만 교부세 삭감 등에 따른 예산 조정 과정의 하나였을뿐"이라며 "게다가 시의회는 공통경비로 충당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 있어 상황에 맞게 업추비를 삭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의회가 전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삭감한 것에 대해 재의요구도 검토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재의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돼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요구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과반수 출석과 출석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같은 의결을 할 수 있다. 이 시장은 "시의회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시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시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재의요구 행사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집행부 4급 이상 간부공무원이 모두 참석해 동시에 열린 제279회 제2차 정례회에는 모두 불참하면서 시의회와의 갈등을 키웠다.
시의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본회가 열리는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본회의에 이동환 시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 전원이 불참해 의회와 항상 열린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고 일관되게 답변했던 본인의 말을 무색하게 했다"며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인 소통과 협치에 나설 것을 시의회에 촉구한 이 시장이 의회가 예정돼 있는 날 회의에 불참하며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고양시의장은 "지금까지 의회와 소통, 협치, 협업을 함께 해온 것인지 아쉬움을 표명한다"며 "우리 고양시의회 의원 모두는 대화와 소통의 문을 항상 열어놓고 현안사항에 대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내년 본예산에서 의장·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에 대한 업무추진비를 90% 삭감한 1915만 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자 시의회는 올해 초 시장·부시장의 업추비 90%를 삭감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로 해석하고,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각 상임위별로 실시된 예산심사에서 시가 편성해 제출한 예산안 중 전 부서의 업추비를 전액 삭감해 의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