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 폐기 판결에 이어 이번에는 낙태약 판매 규제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결론은 대선 정국이 한창일 내년 6월 말에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폭발력을 입증한 낙태 문제가 또다시 미국 사회를 뒤흔들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은 경구용 임신중절약의 판매 가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가능 기한을 임신 7주 이내에서 임신 10주 이내로 늘리고 원격 처방도 허가하자 낙태 반대 단체가 소송을 제기했고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4월 FDA의 승인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무부의 항소로 심리를 진행한 제5연방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미 법무부와 약품 제조사인 댄코래보라토리가 대법원에 개입을 요청했다.
미페프리스톤은 96개국에서 사용 승인이 난 경구용 임신중절약으로 미국에서는 2000년 FDA의 사용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500만 명 이상이 사용했다. FDA는 미페프리스톤이 주기적으로 안정성을 인정받은 만큼 원격 처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낙태 반대론자들은 FDA의 승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고수해왔고 수개월의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이 판단의 열쇠를 쥐게 된 것이다.
대법원의 결론은 미국 대선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결정문이 미국 대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둔 내년 6월 말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CNN방송은 “보수로 기운 (대법원) 법정에서 낙태권 폐지에 이어 또 한번 낙태 문제의 명운이 좌우되게 됐다”며 “낙태 문제가 대선판을 뒤흔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미국 대법원은 연방 차원에서 임신 6개월까지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같은 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에 어렵게 등극하고 상원에서는 민주당에 밀렸는데 이 결과를 두고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로 인해 여성 표가 민주당으로 결집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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