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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대만 총통 선거와 韓 반도체 경쟁력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친미성향 민진당 후보 당선땐

TSMC 경쟁력 높일 지형 완성

G2갈등 속 넛크래커 신세 韓

성장 로드맵 빈틈없이 추진을





내년 1월 13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식사하러 나가는 식당에서도 연일 정치에 관한 토론이 한창이다. 대만 총통 선거는 대만이라는 특수성으로 국제정치·안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타국의 선거지만 우리나라와 많은 분야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필자에게도 큰 관심으로 다가온다. 이번 총통 선거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친미·독립 노선이 유지되는지, 친중 정권으로 교체되는지의 여부다. 이에 따라 넓게는 국제정치 지형이 요동칠 수 있고 좁게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나아가 우리 반도체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만 총통 선거의 경우 과거에는 독립성을 추구하는 친미·반중 노선, 실리를 택하는 친중 노선의 대결이 지속돼왔다. 지난 총통 선거에서도 막바지에 홍콩 시위로 인한 반중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정권 교체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컸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TSMC 등의 비약적인 약진과 성장이 결국 미국으로의 수출 덕분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비록 박빙이기는 하지만 여론조사 1위가 친미 성향인 집권 민진당 후보라는 현재 상황이 선거 결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즉 대만은 앞으로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계속해서 앞질러나갈 정치 지형이 완성된다. 대만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엔진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 한국의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반도체 업황의 부진 및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악화는 당장 우리 경제의 성장률 감소, 소득 감소,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이미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과 일본을 앞질렀고 우리의 세수 결손은 올해 58조 원이나 예상된다. 이는 반도체 산업 등 수출 악화에 크게 기인한다. 단기적·장기적으로 성장 선도 산업의 부진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자국우선주의와 양국 간 갈등으로 지정학적으로 넛크래커 신세인 우리는 상당히 난처해졌다. 특히 반도체가 기술이 국제정치의 패권을 정하는 ‘기정학(Techno-politics)’ 시대의 핵심 전략산업인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보다 자국에 친밀한 대만을 우선시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향후 먹거리인 배터리 산업에서조차 중국 자본을 배격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한국 기업의 운신 폭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글로벌 리쇼어링의 움직임으로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국으로 U턴하는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이전하는 중소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기업 활동하기에 여전히 규제가 많고 노동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기업 생산기지의 한국 내 이전은 여전히 쉽지 않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에 투자하고 한국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중국과의 합작법인마저도 활로가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경쟁 위치에 있던 대만의 TSMC, 더 나아가 대만은 한국을 앞질러 나가고 있다. 반도체가 주춤하는 사이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가 분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언제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

마침 다행히 미국은 최근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중국 투자 유예 조치를 무기한 연장해주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별도 허가 없이도 중국 내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예 불확실성이 해소된 장비들은 이전 세대의 저부가가치 D램이지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내년에는 대만 총통 선거에 이어 우리의 총선, 미국의 대선이 이어져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반도체 등 성장 선도 산업에 대한 지원과 경쟁력 강화를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장기 지원 정책과 로드맵을 한 치의 빈틈없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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