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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규제과학'으로 만드는 혁신의 길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발전속도 반영 못하는 산업규제에

기술 상품화·시장진입 좌초 우려

식의약규제과학혁신법 내년 시행

신속한 혁신제품 개발 밑거름 될것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과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화학·물리학·생물학 등을 떠올린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과학 과목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안전을 단단하게 지키는 ‘규제’에도 ‘과학’이 존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 8월 국회와 함께 ‘식품·의약품 등의 안전 및 제품화 지원에 관한 규제과학혁신법’을 마련했다. 법안을 검토하는 과정, 또 법안이 통과된 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규제과학’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규제와 과학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생소하게 들리는 탓이다. 사람들에게 규제는 질서나 안전 확보를 위해 무엇인가를 못하게 금지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런 규제가 왜 과학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식품·의약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mRNA를 백신으로 사용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기기가 개발되는가 하면 동물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쇠고기나 닭고기를 대체하기도 한다. 과학적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과학기술로 탄생한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건강과 밀접한 식품이나 의약품 등의 경우에는 사용해도 안전한지, 또 효과는 있는지 등을 평가해 허가 등의 최종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판단의 기준을 연구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적 방법론이 바로 규제과학이다. 규제과학은 혁신 제품의 시장 진입에 있어 필요조건인 셈이다. 2010년 초반부터 미국·유럽·일본 등 많은 국가가 혁신적인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규제과학에 관심을 쏟으며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이유다.



한국은 세계 8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 혁신 제품의 연구개발(R&D)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규제의 장벽이 너무 높아서, 혹은 규제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반영하지 못해서 기술이 제품화에 이르지 못하고 시장 진입 단계에서 좌초할까 우려한다. 규제 기관은 규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좀처럼 좁혀지기 어려운 간극처럼 보인다.

식약처는 식의약규제과학혁신법을 토대로 이러한 우려와 간극을 해소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디지털 치료 기기, 융복합 제품 등 혁신 제품의 평가 방법이나 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공한다. 품질이나 성능·안전성 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미리 제시함으로써 개발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 장단기 교육과정이나 대학원 학위 과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술과 규제에 전문성을 보유한 규제과학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해나갈 계획이다. 이렇게 키워진 전문 인력은 규제의 품질과 제품화의 성공률을 높이며 혁신 제품 개발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규제과학은 무엇인가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규제 기반을 조성해 식품·의약품 등의 신속한 개발과 안전한 사용을 지원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다. 내년 2월이면 식의약규제과학혁신법이 본격 시행된다. 규제과학이 만든 혁신의 길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 있는 혁신 제품이 국민께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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