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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COP28, 기후위기 속 성과 절실하다

◆박준호 국제부 차장





“인류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4도 올라가는 극단적 상황을 면할 만큼 진전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인 2도 상승을 억제한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잔에 물이 반은 차 있습니다.”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으로서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2일(현지 시간) CNBC에서 인류가 심각한 온난화 한계점을 넘길 것이라며 이렇게 경고했다. 올 초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이용자들과의 대화에서 2015년 파리협정의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한 데서 더 후퇴한 것이다. 비관적 상황일지라도 인간과 기술에 대한 믿음 아래 낙관론을 펴온 게이츠지만 이번에는 “목표보다 더 높은 온난화에 ‘적응’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8)도 이런 위기감 속에 출발했다.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되리라는 전망 속에 산불·홍수·폭염 등 기상이변에 따른 심각한 인명 피해까지 겹쳤다. 그런 만큼 이번 회의의 전 세계 참석자가 역대 최대인 8만여 명일 정도로 관심이 컸다.

이를 반영하듯 발표되는 정책 수준도 이전보다 강력해졌다. 선진국이 다량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한 기후변화로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개막일에 국가별 출자 계획과 함께 출범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도국이 기후변화로 받는 피해 규모는 연간 4000억 달러다. 미국·영국·프랑스·한국 등 22개국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용량을 3배로 늘린다는 협약에 서명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로 늘리는 협약에도 미국·유럽연합(EU) 등 117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슈퍼 오염 물질’로 꼽히는 온실가스 메탄의 배출량을 2038년까지 15년간 8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9개국의 에너지 업체 50곳은 2050년까지 유전·가스전 개발 과정의 전면 탈탄소화 헌장에 서명했다.

하지만 항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에 1억 달러를 출연하는 독일은 중국 등 신흥국과 중동 산유국에 공개적으로 참여를 요구했으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한 중국은 되레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회의 기간에 발표된 정책들도 구속력은 없다. BBC 등 외신들은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도 화석연료의 ‘감축’이냐 ‘퇴출’이냐를 두고 신경전이 거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 문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물이 나오기를 바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상황을 용인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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