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이 내년 1분기 하루 220만 배럴 규모로 자발적 감산에 합의했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2% 이상 하락했다. 강제성이 없어 산유국들의 감산 약속 준수가 불확실한 데다 기존 감산량을 제외한 추가 감산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결과다. 또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석유 생산량이 늘어나는 반면 경기 불황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회의론을 부추겼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는 30일(현지 시간) 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1분기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기존과 같이 10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했고 러시아는 감산 규모를 현행 3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산 소식에도 국제유가는 하락 마감했다.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4% 하락한 배럴당 75.9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 선물 역시 2.4% 내린 80.86달러에 마감했다.
유가 하락은 시장이 OPEC+의 감산 합의에 실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는 의무가 아닌 자발적 감산이며 OPEC+ 차원에서 의무적 감산은 합의하지 못했다. 회의가 끝나기 전에 하루 100만 배럴의 추가적 의무 감산에 합의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에너지·원자재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공동 창립자는 이날 CNBC에 “OPEC+가 미국의 기록적인 석유 생산량으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며 “경기 부진에 따른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로 아시아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자발적 감산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8월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 달 만인 9월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9월 미국의 하루 석유 생산량이 1324만 배럴로 전월 대비 22만 4000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OPEC+의 결속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감산 불확실 기대에 힘을 싣는다. 앞서 OPEC+는 내년 원유 감산 규모를 논의해왔으나 회원국 간 이견이 생기면서 결정을 미뤄왔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 감산에 긍정적이지만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아프리카 산유국이 생산 할당량 축소에 반발한 탓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추가 감산에 소극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원자재 거래 중개 업체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의무 사항이 아닌 자발적 감축을 OPEC+ 회원국들이 얼마나 실천할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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