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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공존과 전쟁 사이…'레드라인' 앞에 선 美·中

■피할 수 있는 전쟁(케빈 러드 지음, 글항아리 펴냄)

대만·동중국해 보는 시진핑 야망서

미·중 신냉전의 역사와 미래까지

'중국통 서방 정치인' 고찰 돋보여

"패권-신흥국 전쟁은 필연 아냐

관계 안정시킬 가드레일 필요"







전쟁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과거 미국·소련의 ‘냉전’과 최근 부각된 미국·중국의 ‘신냉전’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대외팽창에 나섰던 소련은 패권국 미국의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미국과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중국은 서태평양의 섬나라인 대만을 자국의 영토라고 하면서 흡수하길 바란다.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결과는 중국 자신이나 미국 어느 한 편이나 혹은 두 편 모두에게 파멸적일 수밖에 없다.

호주 총리를 역임했고 특히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방 정치인이라고 평가받는 케빈 러드는 이번에 번역된 ‘피할 수 있는 전쟁(원제 The avoidable war)’에서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며 미중이 ‘관리된 전략적 경쟁’을 통해 양국간 관계를 안정시킬 가드레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양국 간 충돌에 따른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서로 자국의 핵심 이익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공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책명에서 보듯 저자는 고전 반열에 오른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원제 Destined for war, 2018)’을 강하게 의식한다. 저자 후기에서 언급하길 앨리슨과도 실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론은 확연히 다르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이 대결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전쟁 결정론이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2017년부터 무역전쟁에 이어 기술전쟁을 진행했고 이것이 미래의 세계패권을 겨냥한 정면 충돌로 나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가운데 저자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대만을 사이에 둔 전쟁과 그 여파다.

대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시진핑의 의지 혹은 욕심 때문이다. 장기집권에 들어간 시진핑은 대만 흡수를 ‘중국 통일’을 완료하고 또 자신의 권위를 절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다. 미국은 다른 방향에서 이를 용납할 수 없다. 수십년간 민주주의 체제를 잘 유지해온 대만이 공산독재 체제에 흡수될 경우 글로벌 패권자로서의 미국의 명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때문에 대만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가장 파괴적인 전쟁이 될 것으로 저자는 내다본다. 대만해협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또는 동중국해에서의 충돌도 확대돼 중국이나 미국의 지위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양측이 중간에 멈춰 서서 자신들이 가진 패를 보여주면서 서로 상대방을 마지막까지 밀어붙이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은 레드라인을 다루는 원칙과 절차에 합의하고, 외교와 경제 등 비군사적 안보 정책과 이데올로기 영역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이는 대만의 현상유지로 귀결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에 무력행사를 하지 않고 미국 역시 대만의 현상유지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미국의 과격파에서 모두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더 나은 대안이 있으면 제시해 달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관리된 전략적 경쟁’을 통해 대신 양국이 경제와 외교, 안보 관계에서 경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서로의 전략적 사고를 이해하면서 공존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기후변화 등 양측이 서로 협력할 공간은 많다.

이 책의 관점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서방의 최고위급 정치인·외교관의 중국 분석 책이기 때문이다. 중국 주재 외교관을 한 뒤 호주 외무장관을 거친 저자는 시진핑이 푸젠성 샤먼시 부시장이었던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여덟 차례 이상 독대했다. 이외에도 후진타오, 원자바오, 장쩌민, 주룽지, 후야오방 등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한 경험이 있다.

저자는 시진핑이 가진 야망의 우선순위를 규정하고 그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등 미국 대통령들의 정책도 비판적으로 다룬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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