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와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의 경영권 싸움이 10개월 만에 재개됐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펠츠가 설립한 트라이언 펀드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주주들에게 직접 (이사진) 교체를 요청하겠다"며 '위임장 대결(proxy fight)'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에게 트라이언 펀드의 디즈니 이사진 참여를 요청했지만, 디즈니 측이 이를 거절했면서다. 이어 "우리가 2월 디즈니에게 (디즈니의) 경영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를 준 이후 주주들은 약 700억 달러의 가치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위임장 대결은 다수의 주주에게서 위임장을 확보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략이다.
앞서 트라이언펀드는 올해 1월 디즈니가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사회 자리 확보를 놓고 위임장 대결을 선포한 바 있다. 이후 디즈니가 2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펠츠는 이사회 자리 요구를 철회했다. 하지만 디즈니의 경영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자 재차 압박에 나선 것이다. 현재 트라이언 펀드의 디즈니 지분율은 1.8%(약 3400만 주)이다.
펠츠는 디즈니 이사회에서 2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즈니는 전날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와 제러미 대러크 전 스카이 CEO를 새 이사로 임명했지만 펠츠는 이 조치가 회사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엔 미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디즈니는 트라이언 펀드의 행보가 아이작 펄머터 전 마블 엔터테인먼트 회장의 개인적 원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트라이언 펀드가 보유한 디즈니 지분의 대부분은 펄머터 전 회장이 넘겼다. 디즈니는 "펄머터는 아이거 CEO에 대해 오랫동안 개인 의제를 표명해온 사람"이라며 "이는 다른 모든 주주의 의제와는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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