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는 인류를 위한 여정입니다.”
한국이 28일(현지시간)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을 위한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공존 등 부산 엑스포만의 비전과 공약을 선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유치를 이끌어온 인사들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까지 5명의 연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회원국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는 유치 후보국 5차 경쟁 PT 무대가 펼쳐졌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 등 5명은 인류 공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생의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구체적인 협업 공약을 통해 신뢰감을 강조했다. 연설 전반에 걸쳐 “한국이 국제사회에 보답한다”는 보은의 메시지를 전해 마지막 순간까지 투표자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PT는 정부·기업·국회·국민이 지난 10여 년간 엑스포 유치를 위해 해온 활동을 담은 ‘부산 갈매기’ 영상으로 시작됐다.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이 첫 연사로 나섰다. 박 부산시장은 “우리 갈매기는 혼자 날기를 원하지 않는다. 여러분과 함께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어 한다”며 “사람과 자연, 문화, 기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부산으로 오시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국적인 부산대 경영학과 석사 학생 칸 무함마드 와카스 씨 등 부산에 사는 외국인 홍보대사들도 함께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부산은 아름답고 특별하며, 안전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꿈을 가진 최첨단 도시”라고 힘을 보탰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나승연 홍보대사는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우주 비행사를 만난 것을 계기로 꿈을 키워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일하는 박지우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부산 엑스포를 통해 더 밝은 미래, 더 푸른 지구, 더 강한 공동체를 위한 꿈을 설계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나 홍보대사는 “‘자연과 지속 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에 초점을 둔 엑스포를 제안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한 사람 또는 한 나라가 단독으로 이룰 수 없고 모든 국가가 동등한 주체로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 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전 세계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는 대한상의의 디지털 플랫폼 ‘웨이브(WAVE)’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부산 엑스포는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식량 위기, 질병 등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장으로 ‘당신을 위한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기업가로서 현재 고난의 시기에 인류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엑스포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라며 “부산 엑스포가 글로벌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첨단 기술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새 사업 기회를 창출하며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인류의 대전환을 위한 연대의 엑스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 총리는 아프리카 국가와 태평양 섬나라 등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지원을 언급하며 “부산 엑스포는 세계 시민이 함께 위기·도전을 극복하는 연대의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총리는 특히 “여러분이 부산 엑스포의 노력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며 110개 개발도상국과 더 작은 경제 규모의 국가를 대상으로 5억 2000만 달러의 지원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의 노력은 엑스포가 끝난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제 그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 우리의 약속은 진심”이라고 호소했다. 한 총리 연설 직후에는 한국 전쟁에 참전한 한 노병의 부산 엑스포 응원 연설이 나와 감동을 더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당시 수립했던 파리 기후변화 협약·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언급하며 “지구는 하나뿐으로 지금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우리의 행동이 지구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 정신을 모색하는 엑스포에 주어진 사명”이라며 “부산 엑스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자연, 인간, 기술의 시너지를 위한 혁신이자 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 “한국은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고 앞으로 다가올 세대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부산은 최종 목적지가 아닌 미래를 위한 새 여정의 출발점이다. 선택지는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다시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나 홍보대사는 “부산 엑스포는 연대의 엑스포, 당신을 위한 엑스포라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PT를 마무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