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체류자격 E-9) 규모를 16만 5000명으로 역대 최대로 늘린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특성 상 위험한 곳에서 의사 소통과 낮은 임금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에도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28일 올해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이 작성한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현황 파악 및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업무상 사고사망자의 약 10%는 외국인 근로자다.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를 대체하고 있는 변화 속에서 이들이 위험 작업이 많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는 원활하지 못한 의사 소통, 타지에서 생활하는 고용 형태, 내국인 보다 낮은 처우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일이 고되고 체류 기간, 사업장 이동 등이 제한되다보니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근로자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요인은 안전 사고의 취약점이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이들의 입국부터 근무 전반을 관리하는 정부와 해당 사업장의 안전 체계가 잘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정부가 관리하는 고용허가제 입국 근로자도 안전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입국 근로자는 입국 후 15일 내 취업교육기관에서 16시간 취업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산업안전 교육은 4~5시간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이 교육은 현장에서 직무 체험이 아니라 비안전 전문가가 담당하는 교재 위주 강의다. 나머지 교육은 안전과 상관 없는 관련 법률 안내, 고충 상담 절차, 직장 문화 이해 등으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입국교육장은 현지어가 가능한 강사가 있지만, 안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며 “(외국인 근로자는) 안전에 대한 개념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현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에 외국인근로자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안전표준 제정을 건의했다. 또 외국인 노동지원센터와 같은 외국인 지원기관에서 안전관리 및 교육체계를 강화할 방안을 주문했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작업장 점검을 강화하거나 외국인근로자 전담 관리감독자 선임도 방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고용부는 내년 전국 40여개의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을 삭감했다. 관리 효율화라는 고용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편 정부는 전일 제40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외국 인력(E-9) 도입 규모를 올해 12만 명보다 37.5% 늘린 16만 5000명으로 결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 평균 5만 명과 비교하면 내년에 3배나 늘린 규모다. 현장에서는 인력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섞인 반응이 나온다.
노동계는 일련의 외국 인력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당수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외국 인력이 늘어날수록 정부의 관리 범위가 늘어난다는 점도 지적된다. 실제로 최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부의 외국인 근로감독 실태를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 2곳 중 1곳꼴로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이번 방안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심화할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이주노동자가 도입되면 사각지대가 더 늘어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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