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시장에서 외국 정부나 기관이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인 ‘판다본드’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채권인 ‘딤섬본드’ 역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경기 둔화를 우려한 중국이 저금리를 유지하며 고금리를 이어가는 미국·유럽 등과 금리 차가 확대돼 차입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위안화의 국제화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중국 제일재경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올해 1~3분기 외국인(정부·기업 등)이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규모는 1064억 위안(약 19조 3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8% 늘었다. 각종 기관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의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179.3%나 증가한 1671억 위안(약 30조 4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위안화 채권 발행 규모가 확대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차입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는 3.55%(1년 만기)에 불과하다. 미국의 기준금리(5.25~5.50%) 대비 2%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에도 당분간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중국은 소비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출 수도 있어 이 경우 미중 금리 격차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체방크 채무자본시장 책임자인 자무엘 피셔는 “중국의 낮은 자금 조달 비용에 힘입어 올해 판다본드가 호황을 누렸다”며 “도이체방크는 올해 25건의 채권을 발행했고 그중 5건이 판다본드로 2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금리가 낮은 만큼 해외 다른 나라보다 중국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그만큼 저렴한 상황이다. 캐나다국립은행도 지난달 30일 판다본드 10억 위안(만기 3년, 이자율 연 3.2%)을 처음으로 발행하는 등 위안화 채권 발행은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중국 정부가 채권 발행 규제를 개선한 것도 판다본드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자국에서 판다본드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빗장을 풀었다. 자국의 채권시장 활성화는 물론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채권시장의 대외 문호를 확대한 것이다.
위안화 채권 발행이 늘어난 것은 위안화가 그만큼 자금 조달 통화로서의 속성이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국제 은행 간 통신 협정인 SWIFT에 따르면 올해 9월 위안화는 5.8%의 점유율로 유로화(5.43%)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미국 달러화의 비중이 84.15%로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절대적이지만 위안화는 국제 무역 결제에서도 두 번째로 많이 통용되는 화폐로 떠올랐다. 판다본드의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중국 정부가 의도한 위안화의 국제화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2005년부터 판다본드 발행을 허용했으나 2015년까지만 해도 발행량이 전무할 정도로 성과가 부진했다. 하지만 중국이 적극적인 규제 개선에 나섰고 위안화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2020년 이후부터 발행 규모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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