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등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경제 형벌을 완화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140건의 개선안 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민관 법률 전문가들이 414개 법률 5886개 조항을 점검해 140건의 과제를 담은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입법이 더디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점검 법률 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는 경제 관련 형벌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 게다가 처벌 수위도 높다. 일례로 식품위생법상 호객 행위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에 처해질 정도다. 정부는 호객 행위를 형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허가·등록 취소, 영업정지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국회가 입법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내년 5월 말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계류된 법안들은 모두 폐기된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남은 시간은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폐회하는 다음 달 9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과태료 등 행정 제재면 충분한 위반 행위를 지나치게 무거운 형사처벌로 다스리는 비합리적인 ‘기업 옥죄기’는 순기능보다 역효과가 크다. 외국과 비교해도 과도한 경제 형벌 규정은 기업인의 사기를 떨어뜨려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국가 경쟁력마저 갉아먹기 마련이다. 세계경제포럼 부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발표한 세계 경쟁력 지수의 ‘기업 법·규제 경쟁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64개국 중 꼴찌 수준인 61위에 그쳤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경제 관련 법·규제의 비효율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으로도 자칫 범죄자로 내몰릴 수 있는 법·제도 환경에서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없다. 무분별한 형벌의 덫에 갇혀 기업들이 마음껏 뛰지 못한다면 경제 활성화는 요원하다. 꺼져가는 경제성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21대 국회는 기업과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형벌 규정들을 조속히 완화하고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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