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현재 5% 수준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은행권의 기업 투자 규제를 완화한다. 연구개발(R&D) 및 제품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고충을 해소하고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일본 금융청은 은행들이 설립 후 10년이 지난 기업에 대해서도 의결권 주식을 5% 초과해 보유할 수 있도록 은행법 시행 규칙을 내년 6월까지 개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행법상 일본 은행은 재무 건전성 유지 등을 위해 일반 회사의 주식을 5% 넘게 보유할 수 없다. 다만 설립 10년 미만의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투자 전문 자회사를 통해 최대 100%까지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특례의 대상을 10년 이상 된 비상장기업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부 사항들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정할 예정이다.
이번 규제 완화는 사업화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연구개발형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은행들의 자금 투자를 촉진해 유망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겪는 자금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의 조사에 따르면 연구개발형 스타트업의 60%가 기업공개(IPO)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의 경우 제품 개발에도 장시간이 걸리지만 출시를 위해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해 사업화에 어려움이 크다.
스타트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통로인 벤처캐피털(VC)이 일본에서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환경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타트업의 전체 조달 자금 9000억 엔(약 7조 8374억 원) 가운데 VC를 경유한 자금은 3700억 엔으로 41%에 불과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출자 규모는 같은 기간 300억 엔 수준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이번 규제 완화로 스타트업의 자금 수요를 잡으면 (출자 규모는) 수백억 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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