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세계 경제 부진 등으로 전세계 무역량이 둔화하고 있지만 아시아와 유럽의 자동차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이 전기차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딜러들이 부족한 자동차 재고를 채우기 위해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1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의 올 들어 10개월간 자동차 수출 대수는 약 260만 대로 지난해보다 22% 급증했다. 중국의 3분기 자동차 수출액도 2021년 월평균 수출과 비교해 71%나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36%, 일본도 18%, 태국 역시 13% 증가했다. 이에 반해 자동차를 제외한 한국, 중국, 일본, 태국의 수출은 같은 기간 5.4% 줄었다.
WSJ은 “유럽, 아시아 주요 자동차 제조국의 자동차 수출 증가는 자동차 최대 수입국인 미국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금 혜택을 부여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다. 특히 렌트 및 리스 등 상업용 친환경차의 경우 IRA 적용 조건이 완화 적용돼 한국이나 일본에서 생산한 전기차도 세제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게 수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상들이 재고 보유량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채워놓기 위해 차량 주문을 늘린 것도 올해 유럽, 아시아 지역 자동차 수출 증가를 설명하는 다른 요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동차 수출 활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체들의 차량 재입고 효과가 곧 사라질 것이고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면서 내년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아시아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자동차 수출이 내년에 냉각될 위험이 있다”며 “하지만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엄청난 생산 능력 덕분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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