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외아들로 자란 30대 청년이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신우호(30·남)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과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신 씨가 운동 중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건 지난 9월이다. 신 씨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되었다.
가족들은 한 달 넘는 치료에도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뇌사상태가 되자 이대로 신 씨가 떠나면 누가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마음 아파 했다. 많은 고민 끝에 아들이 마지막 가는 길에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길 원하는 마음에 슬픔을 억누른 채 어렵사리 기증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삼성반도체 개발팀에서 일했던 신 씨는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이면서도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는 성실한 성격이었다. 외아들로 태어나 10년 전 군생활 중 암으로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의 아버지 신순우 씨는 “10년 전 아들이 군대에 있을 때 아내가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들이 힘든 군 생활을 한 것이 늘 미안했다. 이렇게 아들이 먼저 떠나간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하늘에서 먼저 재회한 두 사람이 행복해지는 게 그의 간절한 소망이다. 신 씨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 우호야. 밤하늘에 별이 되어서 아빠도 비춰주고, 세상 사람들도 밝게 비춰서 행복을 나눠줘. 언제까지나 밝게 빛나는 별로 기억하고 살아갈게.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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