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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대법원장 지명, ‘기울어진 사법부’ 바로잡고 신뢰 회복해야


대법원장 공백 사태 45일째를 맞은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조희대 전 대법관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조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원칙과 정의·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끌어나감으로써 사법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양승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대법관 재직 당시 정치적 사건에서 주로 보수적 견해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 학구파로 꼽히는 그는 후배 법관들 사이에 인망이 두터운 ‘선비형 법관’이었다는 얘기도 듣는다.

조 후보자는 ‘사법 개혁’을 표방했던 이균용 전 후보자가 낙마한 지 33일 만에 지명된 만큼 그의 책무가 더 막중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무너진 사법 신뢰를 조속히 회복해 법치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조 후보자는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상호 견제를 통해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소임을 맡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정치·이념에 휘둘리는 ‘기울어진 사법부’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자의적 판단을 배제해 법리와 상식에 따른 공정한 판결을 하는 법원을 만들어가야 한다. 마냥 늘어지고 있는 재판 평균 기간을 정상화하는 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국회는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원칙·능력·도덕성 등을 겸비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다만 거대 야당은 정치적 이유로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더 길게 끌 경우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대법원장 정년(70세) 규정상 임기 6년을 다 채울 수 없는 1957년생의 조 후보자를 지명하는 고육책까지 동원한 만큼 야당도 결정적 흠결이 없는 한 발목 잡기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 공석이 길어지면 중대 사건의 판례 변경을 위한 전원합의체 재판이 불가능해지고 내년 초 후임 대법관 임명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게다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0일 퇴임하면 사법부 양대 수장의 동시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사법부 수장 공석 사태 장기화로 국정 혼란과 국민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여야 정치권이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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