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이 나라를 구한 무게를 걸음걸이부터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관객은 이순신의 ‘아우라’를 기대하면서 배우를 볼 테니까요.” (이지나 연출)
“전쟁 장면의 대본을 수정하고 작창을 완성하면서 울컥했어요. 제가 만들면서 역사에 반응하고 진동했죠. 분명히 관객에게 그 감정이 전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이자람 소리꾼)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을 꼽을 때 이순신이 빠질 수 없다. 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서울예술단 신작 ‘순신’은 판소리와 현대음악, 무용이 어우러져 이순신의 삶을 역동적으로 옮겨낸 창작가무극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순신’의 창작진 이지나(59) 연출과 이자람(44) 소리꾼을 만났다.
이지나와 이자람이 이순신을 다루는 공연을 구상하게 된 건 8년 전이다. ‘난중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제안받게 된 것. 이지나는 “8년 전에는 판소리와 뮤지컬의 조합을 구상했다. 이자람을 이순신의 ‘칼’로 만들려 했다”고 밝혔다. 당시 작품 제작이 불발되면서 묻히는 듯했지만, 새롭게 서울예술단의 제안을 받은 후 ‘순신’이란 이름으로 탄생하게 됐다. 가무극을 선보이는 서울예술단에 맞춰 판소리와 뮤지컬뿐 아니라 무용까지 결합한 총체극의 형식을 채택했다.
‘순신’은 이순신의 꿈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과 교차되며 전개된다. 서술자인 ‘무인’의 판소리로 묘사하는 주요 전쟁 장면은 소리꾼 이자람과 윤제원이 연기한다. 작창을 맡은 이자람은 “기존 뮤지컬 어법에서 구조를 가져와서 판소리에 극적인 장면을 넣으며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순신의 내면은 무용수 출신 배우 형남희가 춤으로써 표현하며, 5명의 코러스가 이순신의 분신이 되어 대사와 노래로 함께한다. 각기 색깔이 다른 장르를 통합하는 것이 김문정 작곡가의 음악이다. 장면마다 호흡이 길어 관객들의 집중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지만,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도전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이순신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많다. ‘순신’은 이순신이 짊어진 무게에 초점을 맞췄다. 이지나는 “‘난중일기’를 읽었을 때 뛰어나지 않는 사람이 초인이 되어가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작품은 이순신의 초인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긴장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초연의 흥행을 꿈꾸지는 않는다. 이지나는 “분명히 시행착오도 좋은 점도 있겠지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만의 총체극을 만드는 과정 속에 ‘순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예술단의 색깔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