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 기사회생한 KT 위즈가 한국시리즈에서도 무서운 기세를 이어갔다.
KT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에서 9회 초 문상철이 천금 같은 결승 2루타를 터뜨려 정규 시즌 1위 팀 LG 트윈스를 3대2로 물리쳤다. 이로써 기선 제압에 성공한 KT는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복귀를 노리게 됐다. 2015년 창단한 KBO리그 막내 구단 KT는 2021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39번 중 29번이나 정상에 올라 우승 확률 74.4%를 기록했다.
올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먼저 2연패를 당한 뒤 짜릿한 3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KT는 이날 승리로 올 가을야구에서 4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시리즈만 따지면 파죽의 5연승이다.
KT와 LG의 한국시리즈 2차전은 8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패배의 원흉이 될 뻔했던 문상철은 팀 승리를 이끈 영웅이 됐다. 문상철은 2대2로 맞선 9회에 승부를 가르는 결승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날 문상철은 1대2로 뒤진 2회 초 공격에서 최악의 플레이를 했다. 상대 실책과 배정대의 좌전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기회에서 번트를 댔고 타구는 포수 바로 앞에 떨어졌다. 명백한 실수였다. LG는 3루-1루로 공을 던져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고 그 사이 1루 주자 배정대가 2루를 지나 3루로 뛰다가 잡히면서 삼중살이 됐다. 프로야구 역사상 한국시리즈에서 나온 두 번째 삼중살이었다.
사실 문상철은 번트에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다. 그는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 9회 말 무사 1·3루에서 스퀴즈 번트에 실패했고 3차전에서도 4회 무사 1루에서 번트를 댔다가 실패하고 삼진당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문상철은 훈련 때 번트를 잘 댔는데 내가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번트 실수를 범한 문상철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문상철은 멘털이 크게 흔들렸다. 2대2로 맞선 5회 초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팀 선발 케이시 켈리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7회 1사 1·2루 기회에선 바뀐 투수 이정용을 상대로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됐다.
그러나 문상철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만회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타를 쓰지 않았고 문상철은 이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그는 2대2로 맞선 9회 초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고우석을 상대로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폭발했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 커브를 걷어내 장타를 만들어냈다. KT는 문상철의 적시타로 한국시리즈 1차전을 가져갔다. 문상철로 시작해 문상철로 끝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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