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일본교회가 고액 헌금 논란과 관련 사과의 뜻을 전하고, 피해 신자 및 가족의 배상 자금을 공탁하겠다고 밝혔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다나카 도미히로 가정연합 일본교회 회장은 7일 도쿄도 시부야구 교단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사태에 이른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자리였다.
다나카 회장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살해범이 모친의 가정연합 헌금을 범행 동기로 밝힌 이후 사회 문제가 된 고액 헌금과 관련해 "가정 사정과 경제적 상황에 대한 배려 부족, 법인의 지도 부족 등으로 지금까지 괴로운 생각을 지닌 모든 분께 솔직히 사과한다"며 가정연합 신도를 부모로 둔 2세 피해자에게도 사과한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가정연합 지도부가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고액 헌금 문제를 두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다나카 회장은 '사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교단에 잘못이 있다면 사죄하겠지만, 현재는 피해자와 피해 금액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향후 해산명령 청구를 둘러싼 법정 싸움을 벌일 것을 감안해 법을 위반하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다나카 회장은 고액 헌금으로 피해를 본 옛 신자와 가족들의 피해 배상 자금으로 60억∼100억엔(약 522억∼870억원)을 정부에 공탁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현행법에는 없는 자금 공탁 관련 제도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탁은 돈이나 물건의 보관을 위탁하는 것을 뜻한다.
가정연합은 법원이 해산명령을 내릴 경우 정부가 공탁금을 피해 배상에 사용하도록 하고, 반대로 승소하면 돌려받는 것을 가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정부는 약 1년간 가정연합에 대한 질문권을 행사해 입수한 자료와 증언을 조사해 왔다. 그 결과 해산명령 청구 요건인 조직성, 악질성, 계속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갖춰진 것으로 판단해 지난달 13일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해산명령을 청구하면서 가정연합 관련 피해자가 약 1천550명이며, 피해 규모는 손해배상액 등 총 204억엔(약 1천776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가정연합 피해대책변호인단은 고액 헌금 피해자가 130여 명이며, 피해액은 40억엔(약 348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나카 회장은 해산명령 청구와 관련해 "종교를 믿을 자유, 법의 지배 관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해산명령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는 자금을 해외로 보내지 않겠다"며 정치권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피해자 배상을 위한 교단 재산 보전'은 필요가 없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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