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과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만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 대통령과 양대 노총의 만남은 경색된 노정 관계를 풀 전기인 동시에 정년 연장, 근로시간, 임금 등 산적한 노동 현안과 개혁에 관한 노·사·정 대화의 물꼬로 작용할 수 있다.
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최근 양대 노총이 회계 공시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이러한 결정이 도출되는 데 수고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감사란 단어는 단 4번 등장했다. 3번은 국회를 향해서, 1번은 노조 회계 공시에 대한 말이었다. 연설 장소가 국회란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양대 노총 회계 공시에 대한 의미를 각별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회계 공시를 반대해오던 양대 노총은 지난달 전격적으로 자율 공시에 응했다. 노조 회계 투명화를 노동 개혁의 한 목표로 여긴 정부 입장에서는 노동 개혁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도 “회계 공시를 계기로 투명하고 신뢰 받는 노동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일 윤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양대 노총과 만남 필요성도 들었다. 박정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국회 상임위원장단 간담회에서 “양대 노총 회계 공시 참여는 양대 노총이 대화 가능성을 연 신호로 정부의 화답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에게 양대 노총과 만남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노총을 만났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만남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양대 노총의 만남은 여건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 양대 노총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반감이 큰 데다 당장 11일 서울에서 정권 규탄 성격의 대규모 집회를 연다. 민주노총은 새 위원장 선거도 돌입한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달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노동계의 숙원 법안이지만, 정부와 경영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확대 시행을 두고서도 노정 이견이 확연하다.
윤 대통령과 양대 노총의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은 정부가 노·사·정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 정부 정책 파트너였던 한국노총은 올해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노동 현안과 난제를 해결해왔다. 정년 연장으로 대표되는 계속 고용 논의를 하기 위해 한국노총 복귀를 독려하고 있다. 이달 고용노동부가 노동 개혁 일환으로 추진해온 근로시간 개편안을 다시 꺼내는 점도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이 양대 노총을 만나 사회적 대화틀로 복귀할 수 있는 일종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 역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양대 노총 입장에서는 노정 대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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