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호주 공군기지에 순회 파견 형식으로 몇 달씩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본 내 유력신문인 아사히신문이 지난 30일 이 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호주는 올해 상반기에 상호 파병을 용이하게 하는 ‘상호접근 협정’(RAA·일본명 원활화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지난 8∼9월에는 처음으로 전투기 합동훈련을 하는 등 태평양에서 군사 활동을 지속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방위 협력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위대 전투기를 호주에 파견해 몇 달씨 상주시키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수개월 동안 F-35·F-15·F-2 호주 상주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파견되는 전투기는 수개월 동안 F-35, F-15, F-2를 여러 대씩 보내 호주군과 함께 훈련하며 상주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전투기 부대를 호주에 파견하고, 부대를 교체해 가며 일정 병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계획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개정한 3대 안보 문서를 근거로 호주군이 공격받을 경우 ‘집단자위권’을 행사해 반격할 수 있다는 법리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2015년 일본 안보법제에서 집단자위권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받고 일본에도 명백한 위험이 미치는 존립 위기 사태에서 일부 행사가 허용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국회 심의에서 구체적인 예로 든 것은 한반도 유사시 미사일 방어에 해당하는 미국의 군함을 지키는 경우와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뢰 제거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일본 정부도 줄곧 “한반도 유사시 미사일 방어를 위한 미국 함정을 지키기 위한 것” 등을 집단자위권 행사의 명분 사례로 제시하며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과 호주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안보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등 사실상 ‘동맹 관계’로 격상된 상태다.
일본은 대만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있는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있고, 호주는 중국이 자신들의 ‘앞마당’인 동남아시아나 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강한 경계감을 갖으면 대중국 대응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양국이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양국 국방장관은 지난 10월19일 도쿄에서 만나 “지난해 체결한 ‘안보협력에 관한 일-호주 공동선언’의 내용을 착실히 실행해 나갈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때 (자위대의) 순회 배치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두 나라는 대만 유사사태 등에 대비해 양국의 주권 및 지역의 안보상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긴급사태에 대해 상호 협의하고 대응 조치를 검토한다고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호주에 일본 항공자위대 상주 파견할 근거의 시발점인 셈이다.
또 두 나라가 부대의 상호운용성과 공동능력을 키우기 위해 △연합훈련 △다자간 연습 △시설의 상호 이용 등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당시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호주도 ‘집단자위권’이 적용되냐는 질문에 “여러 상황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부인하지 않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외로 일본 자위대의 군사력 활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다.
‘안보협력 日·濠 공동선언’ 순회배치 근거
호주로의 전투기 부대 파견은 항공자위대가 호주 공군기지를 빌리는 형태를 상정해 넓은 공역에서 효율적으로 공동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게 양국은 입장한다.
또 유사시에는 일본, 미국, 호주가 협력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서로 협의해 후방지원이나 정보공유를 중심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혀, 일본 유사시 호주군이 관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도 호주군 공격에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고 자위대가 반격하는 것을 염두에 둔 공동훈련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로 집단적 자위권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사히에 따르면 아프리카 해적 대응을 위해 지부티에 거점을 둔 자위대 전개는 있었지만 해외에서의 훈련을 이유로 한 사례는 처음이다.
논평을 통해 아사히는 “자위대 전투기 순회 전개에 따른 일본과 호주 공동 훈련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남태평양 도서 지역 유사시에 미국, 일본, 호주가 공동 전투에 임한다는 것을 가정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특히 자위대 전투기를 호주에 파견하는 것은 사실상 자위대 ‘해외 배치’에 해당하며,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방위성은 자위대가 호주에 상주하지 않고 훈련을 위해 이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자위대 해외 배치 법적 근거도 애매” 지적
이에 대해 야당 측도 지난 4월 국회에서 ‘순회 배치’라고 적힌 외무성 자료에 대해 “일본 전투기를 해외에 상주시킨다는 계획은 전대미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위성의 군사력 확대 행위가 국익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방위성이 해외에서의 군사력 확대에 대한 일본 내 군사전문가들도 부정적 평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위성이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가 공격받거나 일본에 명백한 위험이 미치는 '존립위기 사태'일 때 일부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된 집단 자위권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요코타 고이치 규슈대 명예교수는 “사실상의 자위대 해외 배치로 법적 근거도 애매하다”며 “집단적 자위권 자체가 위헌 요소가 강한데 그 범위를 끝없이 넓힐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즈시마 아사호 와세다대 법학학술원 교수는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대상을 미국 이외 국가로 넓히려 한다”며 “일본에게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으로 역할을 부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자위대가 미군의 임무와 기능을 점차 떠맡게 되면서 일본이 무력 대립에 관여하게 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집단 자위권 자체가 위헌이므로 전투기를 외국에 장기 파견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이에 대해 방위성은 자위대가 호주에 상주하지 않고 훈련을 위해 이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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