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세계를 떠돌던 버추얼(가상) 아이돌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15일 버추얼 아이돌 이터니티는 경기도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이터니티는 공연장에서도 여전히 대형 전광판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디스플레이 안을 자유롭게 오가며 무대를 펼치고 입체감 있는 조명이 음향이 현실성을 더했다.
이터니티 멤버 제인은 공연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을 팬들과 하이 파이브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MBC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에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가 등장했다.
5인조 그룹인 플레이브는 대형 전광판 속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관객석의 열기는 여느 케이팝 팬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날 콘서트는 플레이브 단독 공연은 아니었지만 팬덤 ‘플리’ 는 약 50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버추얼 아이돌의 이러한 인기는 메타버스에 익숙한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팬덤의 힘이 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Z세대, 알파세대는 진짜 목소리의 주인공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며 “그들이 케이팝 팬덤 문화를 버추얼 아이돌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돌의 본체가 누구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진짜인지 신경쓰지 않는 팬들의 지지가 버추얼 아이돌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버추얼 아이돌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일종의 가성비 사업으로 통한다. 기본 50~60억에서 최대 100억 원 가까이 드는 매니지먼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업계는 버추얼 아이돌이 하위문화를 뛰어넘어 케이팝 시장의 한 축으로 주목받도록 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버추얼 아이돌은 콘텐츠를 만드는 수입원이 제한적”이라며 “결국에는 비용을 적게들이며 소소하게 팬덤을 늘리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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