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공격받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화제다.
미 군사매체 더 드라이브는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실전에 투입된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러시아 무인기의 자폭 공격을 받았다며 이 영상을 기사화 했다. 정확한 위치와 시기가 공개되지 않은 이 영상은 이날 러시아의 한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것이다.
해당 영상을 보면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매우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한다. 이를 러시아의 무인기 ‘란쳇’(Lancet)이 뒤쫓는다. 결국 란쳇은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쫓아가 충돌해 폭발하면서 영상은 끝난다. 란쳇은 러시아가 개발한 무인 항공기로 일부 자율 기능까지 갖춘 일명 ‘가미카제(자폭)드론’이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 군사전문가 롭 리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제82공중강습여단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러시아 란쳇에게 공격받는 영상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우크라이나의 스트라이커가 전투하는 첫번째 영상으로 피해 정도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번 드론 공격에 의해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얼마나 파괴됐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평가는 엇갈린다. 대체적으로 군사 전문가는 폭발 규모로 봤을 때 장갑차가 아마 파괴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주한미군이 운영해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스트라이커는 신속성과 기동성, 화력까지 겸비한 중형장갑차다. 350마력 엔진을 단 8륜 장갑차로, 승무원 2∼4명과 무장 보병 9명을 태우고도 최고 시속이 무려 100㎞에 육박하는 성능을 자랑한다.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군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군도 전장 곳곳에서 재미를 보는 무기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지난해 9월 충격적인 보고를 받았다. 주요 전선에서 65㎞ 떨어진 우크라이나군의 임시 비행장에 러시아군 드론 여러 대가 날아들아 기습 공격을 펼쳤다. 주목할 점은 러시아군 드론이 우크라이나 내륙 도시 곳곳을 공격하는 걸 알지만, 이번 공습은 매우 특기할 만한 공격 형태를 보였다. 그 동안 러시아군은 장거리 공격용 드론 ‘샤헤드-136’을 운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근거리 전술 타격용 드론인 배회탄약(loitering munition), 일명 ‘자폭드론’으로 종심 타격을 처음 감행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샤헤드-136 드론을 대량 수입해 이제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해 활용하고 있다. 샤헤드-136은 길이 3.5m, 날개폭 2.5m, 이륙중량 200㎏으로 비교적 덩치가 큰 공격용 드론이다. 오토바이용 엔진을 사용해 가격이 저렴한데, 동체는 가볍고 연료 탑재량이 많아 2000㎞를 거뜬히 비행하는 게 가능하다.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최소 1000대의 샤헤드-136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게란-2’(Geran-2)라는 이름으로 국산화해 하루 30대씩 꾸준히 우크라이나와 대치 전선에서 공격 무기로 투입 중이다.
샤헤드-136은 대단히 위협적인 무기다. 비행 고도가 비교적 낮고, 일반 유인(有人) 항공기보다 체적이 작아 지상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운 탓이다. 동유럽 일대를 초계 비행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조기경보기가 우크라이나군 방공 작전을 지원하고 있지만, 샤헤드-136이 비행 중 경로를 조금만 바꿔도 진입 코스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군으로선 대응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드론이다.
배회탄약, 공중 빙글빙글 돌다 목표 돌진
그러나 샤헤드-136보다 대응이 더 어려운 소형 자폭드론이 종심 타격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바로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란쳇’(lancet) 배회탄약이다. 배회탄약 특징은 이름처럼 작전 지역 상공으로 날아간 뒤 공중을 배회하듯 빙글빙글 돌다가 목표물로 돌진해 자폭하는 무기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자폭드론으로 불린다.
란쳇은 AK 소총으로 유명한 러시아 무기업체 칼라시니코프그룹 자회사가 개발해 2019년 처음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크라이나군 반격 본격화에 맞대응 무기로 활용되면서 두각을 나타냈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 공세에 러시아군 포병 손실이 급격히 늘자 부족한 화력을 드론이 보충하기 시작한 것이 오히려 큰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연방군이 개발한 정찰 및 자폭 드론인 란쳇은 1기당 3만 달러(약 4000만 원)에 달한다. 무게 12kg에 포탄 5kg을 탑재할 수 있고 1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란쳇은 미국의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로 살상력을 가진 소형 미사일 드론 ‘LMAMS’(Lethal Miniature Aerial Munition System)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했다. 일부 자율 기능까지 갖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큰 활약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6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ARMY-2019 방산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돼,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 당시 러시아군에 의해 실전 평가가 진행된 정찰 및 배회형 자폭 드론이다.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6이 우크라이나의 시설을 주로 공격하고, 란쳇은 보다 직접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기갑부대나 포병, 전차, 서방 무기 등 군 병력 타격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X자 형태의 날개에 앞에 카메라가 달린 란쳇은 정찰드론과 함께 비행하면서 전장 상황을 정밀하게 전송하기도 한다.
란쳇에 장착된 폭약은 상대적으로 소형으로 미군 120mm 박격포 정도의 화력이다. 그러나 카메라를 보면서 취약한 부위를 직접 타격하는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의 첨단 장비를 파괴할 만큼 충분히 위력적이다.
푸틴, 드론생산 확대 지시…‘드론 전쟁’ 격화
러시아 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영 방산기업 로스텍 등 방산업체 간부들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제 자폭드론인 란셋(Lantset)의 능력을 칭찬하고 생산을 늘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특별군사작전에서 러시아제 드론들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며 “폭발력이 매우 강력해 외국산을 포함한 어떤 군사장비도 불태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약까지 파괴할 수 있다며 생산을 더욱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초의 ’드론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격용 드론의 활약이 커지자 중요성을 실감한 러시아도 자국의 드론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오는 2026년까지 연간 드론 생산량을 1만8000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2030년까지는 연간 생산 규모를 3만2000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미 정보당국도 러시아가 이란의 도움을 받아 자국에 드론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고, 이란도 시설 건설을 돕기 위해 정기적으로 장비를 러시아에 운반하고 수백대가 넘는 이란제 드론을 제공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란쳇은 길이 1.6m, 날개폭 1m, 이륙중량 12㎏에 불과하다. 탄두 중량도 샤헤드-136이 50㎏에 달하는 데 반해, 랜싯은 최대 5㎏에 불과해 변변찮은 스펙 탓에 올여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의 조롱거리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개량형 란쳇을 만들었다. 러시아는 자국에서 철수한 스웨덴 유명 가구업체의 대형 매장을 드론 공장으로 개조해 지난 7월 드론 생산량을 전월 대비 50배 가량 늘렸다.
란쳇 개량형 모델은 ‘란쳇-3’와 ‘이즈델리예-53’ 두 종류가 있다. 크기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탄두 중량이 늘고 자율비행 항법장치와 전자광학유도장치, 비행 거리, 데이터 통신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목표물 근처에 도달하면 사용자가 전자광학카메라로 드론을 정밀 유도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해 고정 표적을 비롯해 이동 표적에 대한 공격 능력을 갖췄다. 개량형 란쳇의 비행 가능 속도 역시 샤헤드-136의 3배인 300㎞/h에 달할 정도로 개량하며 공격력이 말그대로 ‘일취월장’됐다.
최근 우크라이나 공군기지를 공격한 것은 이즈델리예-53이다. 이 드론은 열압력탄과 대전차고폭탄을 탄두로 쓰고 60~80㎞를 비행해 우크라이나의 후방 거점을 타격하는 게 가능하다. 피격된 공군기지는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크리비리흐 외곽에 있는 임시 비행장이다.
러시아 드론 공격을 받은 크리비리흐 인근 비행장에는 최근 MIG-29 전투기가 임시로 전개돼 있다. 가장 가까운 전선에서 직선거리로 65㎞ 떨어진 후방 지역으로 러시아군 전략 자산 중에 이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는 폭격기나 군함에서 발사되는 장거리순항미사일 등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영내에서 발사돼 수백㎞를 날아오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
탄두 강화·비행거리 연장…우크라軍 허 찔러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허점을 찌른 것이다. 러시아 특수부대가 후방인 크리비리흐 인근까지 진출해 소형 드론으로 우크라이나군 임시 비행장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특수부대의 정찰 정보를 바탕으로 러시아군은 헤르손 북동부 드네프르강 인근으로 추정되는 발사 진지에서 이즈델리예-53을 띄웠다. 이 드론은 65㎞ 거리를 빠르게 날아와 우크라이나 MIG-29 전투기에 정확히 명중시킨 셈이다.
이 과정은 기지 상공에 떠 있는 러시아군 소형 드론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러시아 특수부대는 임무가 끝난 뒤 소형 드론을 회수해 유유히 작전 지역을 벗어났고 기습공격의 성공을 알리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처럼 란쳇이나 이즈델리예-53 같은 소형 배회탄약은 비행 고도가 낮고 크기가 작아 일반 레이더로는 탐지하기 매우 까다롭다. 새떼나 지상 구조물에 레이더 반사파가 섞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등은 선진국은 저고도·소형 비행물체를 탐지하기 위해 정밀도와 처리 능력을 갖춘 고성능 모델을 활용한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고성능 레이더가 많지 않아 일선 군사기지나 야전부대에까지 배치할 여력이 없어 러시아의 최신형 자폭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런 탓에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 장거리 포병 자산과 야전 지휘소가 파괴되는 것이 점차 늘고 있다.
사실 우리 군의 대공방어 눈으로 불리는 ‘최신형’ 국지방공레이도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에 들어올 때까지 전혀 탐지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지방공레이더는 360도 전 방향을 동시 탐지할 수 있는 4면 레이더가 아닌 특정 방향만 계속 비추는 1면 고정형 모델이다. 게다가 강화도 방면으로 침투하는 무인기는 운 좋게 레이더에 걸렸지만, AH-1S 코브라 공격헬기가 요격하려 했지만 근거리에서 100여 발의 기관포탄을 쏘고도 1발도 맞히지 못하며 방어 작전에 실패했다.
무인기에 대한 즉각 대응이 어려운 또 다른 걸림돌도 있다. 무인기를 발견한다 해도 각 대공초소나 방공진지 병력이 즉각 대응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최일선에서 의심스러운 항적을 발견해도 대대·사단을 거쳐 군단 방공작전통제소(AOC)까지 보고한 후 AOC에서 피아식별 및 대응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즉 요격 명령이 각 초소나 진지에 하달될 무렵에는 북한의 무인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드론戰 반면교사 삼아야
이런 약점을 북한군이 파고 들고 있다. 오래전부터 드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온 것은 이 같은 연장선이다. 재미있는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방러 기간 중 자폭드론 5대와 정찰드론 1대를 선물 받았다. 이 중 자폭드론 5대는 우크라이나 공군기지를 공격한 란쳇 시리즈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자폭드론을 복제해 대량 배치할 가능성이 커 우리 군의 긴장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소형 드론에 대한 저고도 방공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 군에겐 위협적 존재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유사시 대량의 소형 드론이 휴전선 각지 방공·지휘통제시설은 물론 수도권과 강원 일대 주요 공군기지에 파상 공세를 펼친다면 우리 군도 우크라이나군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군도 우크라이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현행 방공작전체계가 실질적 대응책이 맞는지 재검토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 저성능 드론을 만만하게 본 러시아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습에 큰 피해를 봤지만, 거꾸로 러시아의 자폭드론이 반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드론이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라고 할 만큼 새로운 변수로 평가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군 당국은 드론 전쟁에 대응할 꼼꼼하면서 실효성 높은 작전 계획을 서둘러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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