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K리그 통합축구 Unified Cup(유니파이드컵)의 운영과 기획을 담당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직원이 이번에는 직접 파트너(비장애인) 선수로 출전해 화제가 됐다. 등번호 26번을 달고 2경기에 출전한 연맹 전략사업팀 송수현(29) 프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SOK K리그 통합축구 유니파이드컵이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대전안영생활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 직원들로 구성된 연맹 팀(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이 처음으로 참가해 그 의미를 더했다. 통합축구 사업 담당인 송수현 프로는 “대회 주최인 연맹과 직원들이 통합축구의 의미를 몸소 느끼기 위해 이번 대회부터 참가를 결정했다”며 “올해 4월 팀을 창단해 한 달에 두 번 훈련을 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는 최하위 C그룹에서 꼴찌를 했지만, 결과보다는 ‘함께’의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SOK가 손잡고 2021년부터 시작한 이 대회는 축구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축구하며 서로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포용과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대회는 연맹과 K리그 타이틀 스폰서 하나금융그룹이 2020년부터 실시해 온 사회공헌활동인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 시즌3’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대회 운영과 기획을 담당한 송 프로는 연맹 팀 소속 선수로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개막식과 대회 1일 차 경기가 진행된 7일 오전까지는 담당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더니, 오후 1시경 연맹의 첫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에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출전을 준비했다. 충남아산과 경기 후반에 교체 투입된 그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에서 뛰며 상대 팀 남자 선수들과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송 프로는 대학에서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 프로축구 경남FC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연맹에 입사했다. 연맹에서 맡게 된 주요 업무가 통합축구 사업과 퀸컵(여자축구대회)인 만큼, 대회 운영과 기획을 위해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여자축구 동아리 팀에 가입해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송 프로는 “어렸을 때 태권도 선수 생활을 해서 운동 신경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축구는 정말 어려운 스포츠”라며 “공을 다루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지만 열심히 뛰는 건 자신 있다”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송 프로를 포함해 여자 선수만 5명이 뛴 연맹 팀이 남자 선수들로 구성된 다른 팀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충남아산과 첫 경기 결과는 1대6 대패였고, 이어진 대전하나시티즌과 두 번째 경기도 1대3으로 패했다. 그 결과 연맹은 최하위 C그룹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송 프로는 “우리 팀이 창단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준비한 다른 팀과의 실력 차를 실감했다”면서도 “통합축구는 결과보다 과정, 모두가 함께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만큼, 결과를 떠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을 차고 발전하는 것에 더 큰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선수로서 역할을 마친 송 프로는 다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본업인 대회 운영 및 관리에 집중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하나어울림축구장 페스티벌을 준비하느라 쉴 틈도 없었다.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페스티벌에는 발달장애인 도예가와 함께 머그컵 만들기, 휠체어 드리블, 블라인드 패스 등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송 프로는 “제가 직접 선수로 뛰어서 더 많은 것을 느꼈듯이, K리그 팬들도 장애인의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셨을 것 같다. 모두가 함께의 가치를 더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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