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 다시 온다. 믿고 보는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개최국’ 중국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한국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 공상대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4강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30대23으로 이겼다. 조별리그를 3전 전승 조 1위로 통과한 한국은 준결승에서도 승리해 금메달을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에 진출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시아 최강인 한국은 여자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 대회까지 8차례 대회 가운데 7번을 우승했다.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때는 2010년 광저우 대회(동메달)였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이날 전반 초반 대표팀 간판 류은희(헝가리 교리)의 7m 스로 2개와 강경민(광주도시공사)의 득점 등으로 5대1까지 리드하며 기선을 잡았다. 그러나 중국 역시 전반 혼자 4골을 넣은 진멍칭을 앞세워 꾸준히 추격하면서 한국은 전반을 15대14로 1점 앞선 채 마쳤다.
중국이 후반 첫 공격에서 궁레이의 득점으로 15대15 동점을 만들며 기세를 올렸으나 한국은 강경민과 김선화(대구시청)의 연속 득점으로 17대15를 만들어 한숨을 돌렸다. 이어 류은희가 후반 8분께 20대17, 3골 차로 달아나는 득점을 올려 간격을 벌렸다.
중국이 다시 2골 차로 따라붙은 후반 10분께는 김선화와 김보은(삼척시청)이 연달아 상대 골문을 열고 4골 차를 만들며 승기를 굳혀갔다. 한국은 이날 주포 류은희가 7골, 이미경(부산시설공단)이 6골을 넣었고 강경민도 5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5일 오후 6시(한국 시각)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이날 준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을 40대22로 물리친 일본은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지 못한 2010년 광저우 대회 준결승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긴 상대다. 류은희는 “광저우 참패 당시 국가대표로 뛰었던 선수가 지금은 대표팀에 저 혼자”라며 “그때는 막내여서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하필 4강에서 일본에 졌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이후로는 일본에 지지 않았다”고 일본전 각오를 밝혔다.
한편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이날 열린 남자 농구 8강전에서 중국에 70대84로 패했다.
1954년 마닐라 대회부터 농구 종목에 출전한 한국이 아시안게임 4강행에 실패한 건 2006년 도하 대회뿐이었다. 그동안 아시아 맹주를 자처했던 한국은 이날 패배로 17년 만에 4강행이 좌절됐다.
결국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한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달 30일 일본에 77대83으로 져 8강 직행에 실패한 한국은 전날 오후 바레인과 8강 진출팀 결정전을 치른 뒤 14시간 만에 개최국 중국과 맞붙는 대진을 받았다.
대표팀 주축 가드 허훈은 “자초한 만큼 우리가 잘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며 “상대가 높이와 기술에서 워낙 좋았다. 우리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