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에서 4박 6일 동안 총 43회의 양자회담 강행군을 완료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카리브공동체(CARICOM·카리콤)와 가진 식사 자리를 포함할 경우 총 45회의 양자·다자 외교 행사를 주재한 것이 된다. 하루 평균 8개국 이상의 정상을 만나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총력전을 펼쳤다.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맞춤형 ‘당근’을 내놓으며 국내 기업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한편 유엔 총회를 통해 천명한 ‘글로벌 기여국’으로서의 모습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8차 뉴욕 유엔 총회 순방 기간 동안 총 45회의 회담을 진행했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개별 국가 정상과의 양자회담이 41회(유럽 12개국, 아시아 10개국, 중남미 10개국, 아프리카 9개국), 유엔 사무총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국제기구회담이 2회, 지역 다자기구와의 식사회담이 2회였다. 부산 엑스포 개최 후보지 선정에서 투표권이 있는 BIE 회원국 181개 중 4분의 1(약 23%) 가까이를 만난 셈이다. 앞서 이달 초순 진행됐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국가까지 포함하면 최근 한 달간 60개국 이상과 정상회담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달 동안 60개 양자회담과 10개의 다자회담을 진행한 국가 수반은 지난 100년간 세계 외교사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순방 기간 내내 외교 행사를 연쇄적으로 진행하면서 ‘회담 기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빽빽한 일정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엔 본부 바로 앞에 위치한 우리 유엔 대표부를 적극 활용한 덕이다. 193개 유엔 회원국 정상들이 이동하는 길목에 위치한 한국 유엔 대표부를 ‘베이스캠프’ 삼아 릴레이 회담을 성사시켰다. 대통령실은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회담장을 2개 이상 설치한 뒤 의전 요원들을 유엔 본부 일대에 파견해 상대방 정상을 제시간에 모셔오는 ‘첩보 작전’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뉴욕 도착 당일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스리랑카와 양자회담을 한 것을 시작으로 첫날에만 7시간 동안 9개국과 회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의 연쇄회담은 부산 엑스포 유치뿐 아니라 신시장 개척에도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대상국 대부분이 이제 성장을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이라며 “신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와 교류가 적었지만 성장 여력이 큰 국가들에 주력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진행한 나라들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물 공급망 안정도 양자 외교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회담국의 상당수가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보유한 국가였다. 몰리브덴과 흑연이 풍부한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해 카자흐스탄·가나·에콰도르·모리타니아·스리랑카 등이 대표적이다. 파라과이와는 경전철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고 몽골과는 희소금속과 기후변화 등에서, 기니비사우와는 농업·수산업·보건 등의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증진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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