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국내 최초로 모든 소장품과 미술품의 복원 과정을 100% 공개하는 ‘보이는 수장고’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서울 서초구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에 2028년까지 열린 미술관형 수장고를 건립한다고 12일 밝혔다. 수장고는 대지면적 5800㎡, 연면적 1만9500㎡ 규모에 8층으로 조성되며 공공기여비 1260억원(공사비 1000억원·설계비 65억원)이 투입된다. 서초동 1005-6번지 일원을 개발하는 ‘서리풀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기부채납으로 조성되며 엠디엠그룹·신한은행·이지스자산운용이 꾸린 민간 컨소시엄 SBC PFV이 사업을 맡았다.
새 수장고는 기존 수집과 관리 중심에서 벗어난 새로운 융합형 미술관으로 세워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소장품의 보존처리와 분석을 담당하는 보존처리 공간을 완전 개방하는 국내 첫 사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출장 때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Depot Boijmans Van Beuningen)을 방문한 뒤 영감을 얻어 수장고 건립을 추진했다.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박물관 공원에 위치한 개방형 수장고로 약 15만 점 이상의 작품을 수장하고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건축물이다.
수장고가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공예·조각·회화·고고(考古)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서울시의 대표 소장품 최대 10만 점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서울역사박물관·서울시립미술관·서울공예박물관·한성백제박물관 등 서울시 산하 박물관·미술관들이 보유한 자료 중 상설 및 기획 전시에서 선보이지 못했던 우수 자원들을 공개한다.
서울시는 수장고 건립을 계기로 전체 소장품의 공개율을 30%까지 끌어 올릴 방침이다. 현재 서울시가 보유 중인 문화예술자원은 올해 6월 기준 약 45만 점에 달하지만 공개되는 작품은 5%에 불과해 대부분이 폐쇄된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다.
서울시는 수장고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도록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 수상자 등 국내외 최고 건축가(업체) 7명을 초청해 설계 공모에 나선다. 런던 시청을 설계한 영국 포스터 앤 파트너스,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을 설계한 네덜란드 MVRDV 등이 참여한다. 공모 심사는 공개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되며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설계사가 선정된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개방형 수장고는 최근 세계적인 박물관·미술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선도적인 시대의 아이콘”이라며 “'보이는 수장고' 건립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창의적 건축물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랜드마크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